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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서경 ㅣ 옛글의 향기 10
최상용 엮음 / 일상이상 / 2023년 11월
평점 :
인생에 한번은 읽어야 할 서경
최상용/일상이상
서경이라는 이름의 책을 언젠가 시작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주어진만큼 시작할 수 있었다. 저자인 최상용은 원래 기자였는데 동양철학에 푹빠진 이후 서경뿐만 아니라 장자, 논어, 대학, 중용, 주역 등을 연구하고 깊이 파고들은 전력이 있으셨다. 동양철학 해설서들이 적지 않지만 개인적으론 서경이 처음이기도 하고 진입하는데 초삼자라도 무리없도록 쉬운 해설을 해놓으셔서 편하게 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시작은 태평성대 요순시절이라고 익히 들어온 바 요임금이 등장하며 그의 치리편을 소개한다. 그 다음은 순임금이 요임금의 뒤를 잇는 황제가 되는데 원래 요임금의 적통인 아들이 뒤를 이어야 맞지만 요임금 스스로 아들을 탐탁치 않게 여겨 후보에서 밀렸다. 이렇게 무리하게 세습하지 않고 아들이라도 자리에 맞지 않으면 내치는 모습은 요임금이 얼마나 군자다운지 보여준다. 처음엔 믿을만한 신하 몇몇에게 다음 왕권을 권하였지만 고사하였고 결국 다음 왕은 순(후에 순임금)이라는 사람으로 결정지어지는데 그의 출신은 기존의 관직에 있던 자가 아니라 나라에서 소문난 인성과 재덕을 겸비한 자를 찾다가 대신들을 통해서 천거된 케이스이다.
이어서 순임금의 치리편이 소개가 되는데, 순임금은 대신들이 추천한 자를 의심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였다는 점, 오랑캐 묘족을 강하게 밀어붙여 확실히 토벌한 점, 자국내 범죄에 대해서 교화에 우선 뜻을 두어 대상자를 심하게 처벌하기 보다는 유배정도로 그치는 등 유화책의 기조를 택했다는 점 등으로 순임금이 왜 요임금에 이어 태평성대 시절을 가능케했는지 보여준다. 더군다나 신하들의 간언을 절대 지나치지 않고 주의 깊게 집중하여 실천했다는 점이 하늘이 내린 보통내기가 아닌 군자같은 인물임을 보여 준다. 아울러서 순임금을 알아본 그 당시 신하들도 안목이 대단했던 것 같다.
다음으론 우공 즉 우임금의 하나라의 치리편이 나오며, 하나라 말기에 폭군 걸왕을 정의롭게 심판한 탕왕의 은나라(상나라) 치리편 그리고 상나라의 폭군 주왕을 멸망시킨 주나라 무왕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치세와 업적은 차치하고 좋은 정치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아래로는 민심을 다스리는데 힘썼으며 내부적으로는 인재를 잘 배치하였고, 왕(우임금)이 나서서 나라전체를 두고 관개사업을 하여 물난리 같은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당시의 왕이나 임금은 오늘날 말로만 하는 선전용의 제스처는 절대 하지도, 할 필요도 없었고, 신하들의 간언도 직설적이었으며 왕의 눈치도 보지 않아서 협치가 잘 이뤄졌던 것 같아서 안팎으로 내실있는 튼튼한 나라를 구가하였다.
현시점의 정계를 메우고 있는 정치인들이 서경을 통해 배울점이 부지기수다. 좋은 책은 두고두고 읽으라고 했던가. 이번 기회에 서경을 읽게 된 것이 좋은 경험이었고 누구라도 동양고전에 더 깊은 맛을 알고자 한다면 서경의 일회독부터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