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 끌었던 자수 숙제를 완성했다!
다 만드는 데에 거의 2달은 걸린것 같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가을들어 시간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렇게 늦어졌다. 저 꽃다발 자수를 놓던 과정- 처음 노란색 레이지데이지를 놓고, 분홍색 스파이더웹로즈를
놓으며-이미지가 점점 완성되는 걸 기쁘게 바라봤던 것이 생각난다. 기대했던 것보다 예뻐서 평소 나같지 않게
중간중간 과정샷도 여러장 찍었었다.
사실 자수를 놓는 일이 예전만큼 즐겁지가 않다. 점점 어려운 스킬을 배우고, 자수의 크기도 커지면서
쉽게 지루해지곤 한다. 오늘은 새로 배운 블리온로즈라는 것을 두는데, 꽃잎 하나하나 애를 먹으며 하다보니
2시간 내내 겨우 꽃 2송이를 뒀을 뿐이다. 그전까지 그림이 간단하거나 노력대비 성과가 좋은 스티치만
뒀는데, 갑자기 넘어야할 산을 만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얘기가 오면 결국 나를 다시 한번 생각케 된다. 나는 매번 이런 산을 잘 넘지 못하는 사람이다.
무슨 취미생활을 그렇게 까지 해야 해, 너무 힘들잖아..라는 생각에 그만두곤 햇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예전의 다른 취미생활들도 매번 입문에 그치게 되었었다.
이번만큼은 좀더 앙 버텨봐야지 싶다. 계속해서 꾸준하게- 진짜 내 취미가 되도록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봐야겠다.(머리는 계속 귀찮다고 하는데 억지로라도 이렇게 써야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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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어제 거의 종일을 밖에 있었다. 하루 종일 비가 오는데 결혼식 하객 차림으로 돌아다니고나니
몸이 으슬으슬 했다. 따뜻한 것이 그리워 늦게나마 오늘 저녁에 반신욕을 했다.
잡지에서 읽은 지식에 의하면, 물 온도는 체온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게, 시간은 20분 이내,
물은 명치까지(팔도 물 밖으로 꺼내놓으라고 하더라) 오게 해야 한다.
몸을 푹 담그지 않고 하체만 담그는 건 하체와 상체의 혈액순환을 좀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하체가 상체보다 체온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반신욕으로 하체의 체온을 올려서
상체와의 체온을 맞추는 것이다.
잡지 지식대로 반신욕을 끝내고 나니 몸이 노곤노곤하니 좋다.
아까 자수를 놓으며 들었던 라디오 멘트 중 하나 생각나는 게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빡빡한 일정에 스트레스를 받는 공주에게
의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가장 좋다(하고싶은 대로 하는 게 좋다였나?)라고
말했다 한다. 그러니 힘들다고 느낄 때는 잠깐이나마 하고싶은 일을 하라고 말하더라.
요즘 내가 회사에서 무기력한 이유를 알겠다. 하고싶은 대로 할 수가 없는 곳이다.
이 회사는, 이 부서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없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내일의 출근이 걱정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