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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장르 - 인스타툰 작가들의 일·삶
김그래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0월
평점 :
따끈한 밥처럼 지은 만화가 누군가에게 다저한 온기로 가닿길 희망하며, 할머니가 되어서도 쓰고 그리고 싶다라는 작가 김그래, 일하지 않을 때는 반겨견 또미, 마루와 느긋하게 천변을 걷는다라고.
허름한 마음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용기를 가진 창작가가 되고싶다는 쑥 작가님, 일하지 않을 때는 주로 술과 함께 있는다라고.
항상 여유롭게 베풀 줄 아는 부드러운 작가가 되고자하고 선한 영향력의 힘을 믿는 일하지 않을 때는 반려견 샐리와 함께 있는다는 작가1님,
살면서 늘 길을 잃는데, 길 잃었던 흔적들이 연결되어 언젠가 그럴듯한 지도가 되기를 바라며 방황과 웃음을 기록하는 펀자이씨 작가님, 일하지 않을 때는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그 곁을 지키는 아빠에게 수시로 달려간다고.
이 책은 인스타툰 작가 네 분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들어가며'라는 인사말에는 그들이 어떻게 이 책에서 모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간략하게 각 작가님의 말이 담겨있다. 네 분의 작가님들을 잘 모르는 독자에게 작가 개인의 성향이나 일에 대한 스타일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쑥님의 에세이툰의 주인공인 '무명'의 탄생과 그 이야기가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은게 오히려 인상적이다.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자기 소개에서도 언급했듯이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리고 쓰고 싶다던 김그래 작가님은 십 년 넘게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게 그 꿈이야 말로 가장 어려운 꿈이라는 사실이라고.
또한 마감에 괴로워하는 일이 잦고, 넘치지만 만화를 그만 그리고 싶다거나, 더는 못 그리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한다. 괴로운 이유가 차고 넘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답답하거나 억울한 우울한 감정을 느끼면 만화로 그리기 위해 글을 써두고 그걸 그림으로 옮겨두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돌아보기도 하고 일로 어려운 마음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도피처이자 수단이 된단다. 그렇게 김그래 작가는 불안을 연료 삼아 만화를 그렸다.
작가의 성장 과정과 글쓰기의 탄생,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보여준다. 펀자이씨님은 '국제 커플 카페'에 칼럼을 열게 되었었고, '펀자이씨'의 유래를 소개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드러낼 수 있는 무대가 등장한 시대, 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툰'으로 그는 자신이 끄적이는 이야기들 역시 빼어난 그림과 수려한 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패트릭 코널리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일상 기록인'펀자이씨툰'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이야기가 나온다. 여러 손님들과 카페 점주의 저주처럼 남긴 말, '계집' 지금의 작가를 만들어 준 담금질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취직보다 창작을 하고 싶었고, 그렇게 백수가 된 그 날 밤, 충동적으로 인스타툰 '몇년 전 교양 강의에서 있었던 일'을 업로드. 인스타툰이라는 내 직업이자 취미는 이제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에 정신이 쏠려 있게 되었고, '인스타툰 시작하길 잘했다'라고 썼다.
네 작가들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우리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거창한 계기나 특별한 이슈없이 작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와 선 넘어에 있는 느낌보다는 스며들 수 있고 공감을 더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들의 작품속에서도 여실히 느껴지고 보여진다. 우리와 비슷한 일상에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개개인의 표현을 작품으로 하여 독자인 우리는 우리대로 그걸 공감하기도 하고 의견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게 최근 세상 돌아가는 트렌드가 아닐까? 소소한 나의 바로 가까이에서 살고 있는 이웃, 주변의 작은 이야기에 조명을 켜보듯 들여다보는 속에서 뭔가를 느끼고 의미를 부여해보는 걸로 행복이나 삶의 힘을 얻으려는 거. 계속 해서 편하게 우리 곁에서 풀어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