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날 수학이 재밌어졌습니다 - 40점 수포자를 1등급으로 만든 7단계 공부법
이찬영(역전수학) 지음 / 빅피시 / 2026년 5월
평점 :

대한민국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기준을 이야기할 때 수학은 늘 중요한 잣대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수학을 포기했다는 말은 단순히 한 과목을 어려워한다는 의미를 넘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까지 잃게 만드는 말처럼 들릴 때가 많다. 그런 현실 속에서 《어느 날 수학이 재밌어졌습니다》는 꽤 특별한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작가 이찬영 은 처음부터 수학을 잘했던 학생이 아니었다. 초등학생 시절 수학 시험 40점을 받고 반에서 꼴찌를 할 만큼 수학이 싫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공부 전략을 만들었고, 결국 수포자 수준에서 수능 수학 1등급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이 책에는 그 과정과 방법이 숨김없이 담겨 있다.
사실 입시에 성공한 사람들의 책은 매년 쏟아진다. 하지만 그런 책들을 읽다 보면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물론 대단한 노력임은 분명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나도 해봐야지”라는 용기보다 오히려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왜 안 될까”, “역시 저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마음만 남고 책을 덮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실패와 좌절을 직접 경험했던 사람이 이야기하기 때문에 독자를 압도하기보다 먼저 공감하게 만든다. 학생을 가르치려는 어른의 말투보다 실제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읽다 보면 “내 입장을 알아준다”, “내가 왜 힘든지 이해해 준다”, “맞아, 지금 내가 딱 이런 상황인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대한민국의 ‘수포자’ 학생들은 사실 정말 포기한 아이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잘하고 싶고,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큰 아이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패와 비교 속에서 자신감을 잃고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공부법 책이 아니라 그런 학생들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을 건네는 책처럼 느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학습에서 중요한 두 가지 요소로 ‘자기확신’과 ‘끈기’를 강조한 점이었다. 결국 공부는 결과로 평가받는 영역이고, 그 과정을 버텨 내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끝까지 해내는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작 가장 중요한 이 두 가지를 놓친 채 다른 방법만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에는 ‘끈기 진단’과 ‘자기확신 진단 테스트’도 담겨 있는데, 거기에 맞춘 대응법 역시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고 위로가 된다. 작은 동기부여와 실천 가능한 조언들이 쌓이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한번 믿고 따라가 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작가를 믿어 보며 책에서 말하는 ‘7단계 공부법’을 스스로 만들어 갈 결심을 하게 되는 흐름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자 매력은 공부법 이전에 ‘마인드 리셋’을 해 준다는 점이다. 앞서 자기확신과 끈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이어서 멘탈과 루틴, 그리고 불안과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이런 정신적인 부분은 공부에서 너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입시 성공담 책에서는 의외로 깊게 다뤄지지 않거나, 언급되더라도 현실감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독자들은 “좋은 말인 건 알겠는데 내 현실과는 너무 다르다”는 괴리감을 느끼고, 결국 다시 혼자 고민 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공부를 못했던 경험, 무너졌던 감정, 비교 속에서 흔들렸던 마음까지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독자가 쉽게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조언을 듣는 느낌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먼저 걸어간 이야기를 듣는 느낌”에 가깝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설득력이라고 느껴졌다.


무엇보다 책 속 으샤으샤하는 문장들조차 억지스럽지 않았다.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공허한 응원으로 들리기보다, 정말 옆에서 하이파이브를 해 주며 “괜찮아, 다시 해보자”라고 말해 주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래서 읽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고,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누군가 위에서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함께 뛰어가는 러닝메이트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멘탈 관리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게임 시스템처럼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고,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까지 담아내며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감정과 성취감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래서 읽다 보면 “이건 정말 실제로 해볼 만한 공부법이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단순히 유명한 1등 공부법을 따라 한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왜 어떤 학생은 계속 무너지고 어떤 학생은 다시 일어나는지에 대한 차이가 결국 이런 멘탈 관리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4단계 생각의 흐름’을 두 파트로 나누어 설명한 내용이었다. 실패 순간을 분석하는 과정과 두뇌 재프로그래밍에 대한 설명은 단순한 정신론이 아니라 실제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구체적인 접근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해라”가 아니라 왜 실패 순간마다 같은 감정과 행동이 반복되는지 들여다보게 하고, 그 흐름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단계적으로 짚어 준다는 점에서 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런 과정을 충분히 다독여 준 뒤 책은 레벨 3의 ‘7단계 공부법’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여기서도 단순히 공부 기술만 나열하지 않는다. 끝까지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결국 ‘자기 믿음’이다. 공부법을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도 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흔들리는 마음을 어떻게 다시 붙잡아야 하는지를 비교적 세심하게 주차별로 나누어 설명해 준다. 단순히 문제를 많이 푸는 법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학생 스스로 수학 공부의 즐거움을 찾게 해 주려는 마음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소름이 돋았던 부분은 ‘백지 공부법’ 이야기였다. 평소 나는 아이들에게 A4 한 장에 오늘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마인드맵 형식으로 직접 써 보게 하고, 식사 시간에 그 내용을 대화로 나누는 것이 복습 효과는 물론 메타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 책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백지 공부법을 강조하는 부분을 보며 무척 반가웠다. 특히 미디어 노출이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백지 공부법은 정말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읽고 보는 공부가 아니라, 머릿속 내용을 스스로 꺼내 정리하고 연결하는 과정 자체가 사고력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 이는 수학 개념 학습에 특히 잘 맞는 방법이지만, 사실 수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 과학, 국어 등 거의 모든 학습에 적용 가능한 공부법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학생들이 이 방법을 수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에도 스스로 확장해 적용해 보길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목차 중 ‘레벨 2’의 내용을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꼭 함께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그 흐름 위에서 ‘레벨 3’의 7단계 공부법으로 넘어가야 책의 진짜 의미가 더 잘 살아난다고 느꼈다. 어떤 과정이든 전체 구조와 방향을 이해해야 제대로 실천하고 끝까지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부 기술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방식이 필요한지를 먼저 이해하게 만드는 점이 이 책의 장점처럼 느껴졌다.
또 이 책은 성적을 올리는 기술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수학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까지 함께 이야기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억지 동기부여나 화려한 성공담 대신, 학생들이 실제로 어디에서 막히고 왜 무너지는지를 현실적으로 짚어 준다.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었고, 읽는 사람을 조급하게 몰아붙이지 않는다.
학부모 입장에서 “도움이 된다”는 말만 반복하는 책들은 잠깐 관심을 받을 수는 있어도 오래 기억에 남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은 학생 스스로가 읽고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수학 때문에 자신감을 잃은 학생들에게는 한 줄기 빛 같은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그런 아이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