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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어도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2월
평점 :
품절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 날개가 없어도, 는 제목에서 시사하는 바 대로, 나를 수 있었던 사람이 날개를 잃었던 상황을 추측하게 한다. 육상 선수들의 세계를 아주 자세히 들어가 보거나 직, 간접적으로 자료를 모으지 않으면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육상 200미터의 남다른 상황을 주제로 펼치고 있다.
On your marks, Set, Go 에 이은, 총소리가 나는 것과 거의 같은 속도로 박차고 달려나가는 선수들의 거친 대결도 아주 실제적인 감각으로 넘쳤다. 덕분에 독자로서는 스포츠계의 훈련 과정 또한 접하며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게 한다. 목표한 순간의 기록과 승리를 위해 달려 나가던 육상 선수들, 그 중 200미터 달리기에서 자신의 기록을 깨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던 스무 살의 주인공, 사라, 그녀는 달리는 순간의 행복감에 만끽하며 살아간다.
" 스포츠는 과학이다. 주법, 호흡법, 체중 이동, 힘의 배분, 젖산의 축적, 그리고 지구력. 그 모든 요인이 겹쳐 기록을 만들어 간다." (173쪽)
어느 날 그녀 삶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 일어났으니, 바로 옆집 소꼽친구 다이스케가 몰고 가던 차가 교통 사고를 일으키면서 사라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육상 선수에게 달리는 일은 생의 전부인 것을, 한순간의 사고가 그녀에게 좌절을 안겨준다. 왼쪽 다리를 잃은 것이다.
운동선수가, 그것도 육상 경기를 눈 앞에 둔 사라로서는 미래와 꿈을 한꺼번에 날려 버린 것이다. 이제 저자는 사라가 어떻게 달라져 가는지, 비장애인으로서의 육상 선수에서 장애인이 된 후 헤쳐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통하여 젊은 여성이 자기의 삶을 변화 시키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독자에게 선사할 준비 과정을 마친 것이다.
"여기 있는 출전자들은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갖고 있다. 세상에는 돌연히 발작을 일으키거나 치매를 앓는 등 눈에 띄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있다. 아니, 애초에 육체와 정신 모두가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누구나 장애는 있다. 눈에 보이고 안 보이고의 차이일 뿐이다." (179쪽)
이 작품을 통하여 저자 또한 한 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장애인임을 처음 알았다. 그동안 읽어왔던 그의 작품 속에서 보여 온, 그토록 실제와 흡사한 사건의 묘사력과 힘있는 문장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힘을 가지고서 흥미진진한 작품을 발표해 온 작가에게도 남모른 시력의 장애가 있었다는 것이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토록 멋진 시리즈물까지 발표해 낸 작가였던 것이다.
여기에서도 그의 기존 작품에 등장했었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와 이누카이 형사가 함께 나온다. 사라의 다리를 잃게 한 장본인인 다이스케가 죽은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 내려는 이누카이 형사와 의문의 레이지 변호사, 그들 사이에서도 아랑곳 없이 자신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사라, 감동까지 있다면 과찬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