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으로는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체이스,가 주는 늬앙스가 그저,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있을 것이라는 힌트는 있을 수 있겠다.

 

심각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는 것 부터가 경찰들의 관행 같은 어이없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 줄 때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참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판단할 수 있게끔 상황이 돌아갔던 것에도 이유는 되겠다. 어느 쪽에 무게를 싣든간에 이 모든 것의 추격전은 경찰학교 동기들이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를 발동시켜 시작되었던 것만은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같이 훈련받고 같이 졸업했음에도 하나는 관할 경찰서로 배치되고 다른 하나는 본청에서 근무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살인사건이 벌어져서 합동 수사본부가 차려졌을 때의 그 상황은 경쟁이라는 보이지 않는 요소가 크게 작용할 것이 뻔한 것, 수사관들의 협조 상황이 다소 우습게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서로가 먼저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경쟁하는 구도로 짜여 있을 때 정보 교환 문제에서도 엇나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애초에 범인 추적 문제를 두고 실적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회사나 학교, 어른이나 아이들간의 흔하게 볼 수 있는 경쟁이나 대결이 얼마나 힘을 낭비하게 하는 지, 그리고 이런 요소들이 이 소설의 뒷 배경으로 추진력을 가하기도 하는 것이다.

 

좌충우돌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삐걱거리는 모습,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볼 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진지함 이랄까, 고정 관념 속에서 움직여 가는 행동, 윗선에서 지시하는데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 그런 것들이 이어져 감으로써 작은 오해였던 것이 점점 커져가는 심각함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개 산책을 시켜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개가 자전거에 치이고 다치자 일을 그만 둔 다쓰미 라는 대학생이 겪어가는 단 며칠 간의 에피소드, 하나하나 일상적이었던 행동들이 모두 다 살인범이라는 증거만을 키워갔고 급기야 형사들의 추격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아니라고 하여도 상황이 이끄는대로 끌려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이 죽은 살인사건이라는 무게감과 일치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읽어 갈수록 점점 블랙 코미디같다는 생각도 떨칠 수 없게 하는 이야기였기도 했다.

 

자, 어떻게 다쓰미는 살인 사건의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낼 수 있을까, 그를 뒤쫓는 형사들과 스키장에서의 웃지 못할 이야기들, 윗상사의 명령에 못이겨 뒤쫓기는 하지만 어쩐지 내키지 않음에 불끈, 꿈틀하면서 소신을 찾아가는 형사들, 그리고 다쓰미와 잠시 부딪히듯 지나친 그 여성 스노보드, 그녀를 찾아서 한바탕 그들의 이야기는 내달린다. 설원이 펼쳐지는 스키장, 그리고 그 외곽의 금지구역 이야기까지 겨울에 어울리는 스포츠, 스노보드의 스피드 처럼 무겁지 않게 읽어갈 수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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