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 표류기 1218 보물창고 19
헨드릭 하멜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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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이 되어서야, 헨드릭 하멜 이라는 네덜란드인이 1653년부터 1666년까지 조선에 억류되어 있으면서 어떤 것을 보았고 느꼈었는지를 기록해 놓은 글을 읽게 되었다. 흔히, 하멜 표류기, 라고 이름 붙이고, 조난을 당한 서유럽 외국인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몇 년 동안이나 머물렀던 기록 이라고 알려져 있던 것이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직원들이 일본을 향해 항해를 해 가던 중에 거센 폭풍우를 만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한 해안가에 도착한다. 그 곳은 궬 파르트, 라고 부르던 제주도였다. 1600년대 조선의 한 섬, 제주에 빨간 수염과 금발의 남자, 36명이 갑자기 나타났으니 그 상황은 어땠을까? 언어도 통하지 않는 하얀 피부의 이방인들을 조선 관리들은 어떻게 대접해 주었을까? 한 때 호의적인 대우도 받았으나 관리들이 바뀔 때마다 의식주가 곤란해 지기도 했었고 일본으로 가고자 탈출 시도도 해 보았다. 효종 집권 때의 당시 상황에서 만주족 사신들이 오가는 과정에, 억류에서 풀려나고자 높은 사람의 말을 부여잡고 고향에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애타게 호소하기도 했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낯선 나라에서의 고된 생활, 예기치 못했던 상황도 엿볼 수 있게 한다. 여기에서 한 가지, 하멜 일행이 도착하기 이전에 벨테브레이, 라는 네덜란드인이 조선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조선왕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떠나지 못하게 했다는 조처는 그 당시 조선이 외국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막으려 했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게 한다. 그래서 하멜 일행도 어디론가 가지 못하게 탈출을 막았고 작은 시도를 할 때에 붙잡히면 곤장도 맞았다. 제주도에서 한양으로, 다시 전라도 지역 각 마을로 분산 배치 되며 감시를 받았고 노역도 했었던 그들은 일본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탈주한다. 도착한 일본에서도 곧바로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조선은 어떤 나라인지,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는지를. 일본에서 1년을 더 머물다가 그들의 처음 출발지였던 바타비아로 갈 수 있었다. 그 당시 조선은 왜 그렇게 세상 밖으로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굴러 들어온 기회 같았던 하멜 일행에게서도 무언가를 얻어 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를텐데 그렇게까지 잡아두고 있기만 했었다. 이런데에서도 조선의 능동적이지 못했던 사고 방식같은, 은둔의 자세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더욱,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현은 호기심도 없고,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조용히 갇혀 지내는 분위기를 혹시라도 빗대어 표현했던 것은 아닐까는 생각도 하게 한다.


이 기록들은 13년 동안 억류되면서 받지 못했던 밀린 임금을 받기 위해서 쓰여졌음도 보인다. 회사측에 청구했던 금액도 잘 나타나 있다. 생각했었던 만큼 모험적이었다는 느낌보다는 억류자들의 삶, 보고서의 느낌이 더 난다. 조사받은 경위, 상황 전개 등이 보여주는 일련의 결과들이 그런 느낌을 뚜렷하게 느끼게 한다. 독자들로서는 그 당시 조선의 삶, 지리적 형상 뿐만이 아니라 삶의 방식, 군대와 법, 종교, 사람들의 기질과 특성 등 많은 부분에 걸쳐서 그들의 눈에 비친 증언으로 알 수 있게 하며 조금은 다른 조선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또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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