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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 누가 왜 우리의 읽고 쓸 권리를 빼앗아갔는가?
주쯔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좋은 책과 나쁜 책의 기준이 무엇일까? 책을 읽는 목적으로 돌아가서 답을 얻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에게 책은 그만큼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금서로 지정된 책들이 많은 것은 시대별로 각각의 이유와 환경이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권력자들의 횡포가 최우선적인 이유일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분서갱유이다. 여기에 모아놓은, 한 때 금서로 지정되어 묶여 있던 책들은 왜 금서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어떤 상황 속에 놓여 있었던 것인지, 그 배경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결국은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지 말라.
전제 정치 아래에서 신음하는 국민, 그들의 의식을 깨우고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혁명이 있었다면, 펜을 무기삼아 사회 비판을 했던 책은 무참히 불살라지고 출판 금지를 당했다. 러시아, 폴란드, 체코, 스페인 등지에서 사회를 빗대어 나온 책들은 여지없이 권력자들이 휘두른 금서 조치에 묶였다.
감히 권위에 맞서지 말라.
그들의 책은 권력층을 비판할 뿐만 아니라 풍자로써 세상에 맞선다. 대담한 용기로써 세상을 발칵, 아니 권력자들을 뭉개려 들지만 금서 리스트에 올라가는 것으로 사라지게 된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 솔제니친의 암병동을 비롯한 많은 책들이 불운한 시대에 태어나 고난 속에 인생을 마쳤던 작가 만큼이나 어둠 속에 묻혀 있었어야만 했다. 세월이 흐르고 우리가 손만 뻗으면 손쉽게 읽을 수 있는 명작들이 한 때 불온 서적이라고 분류 되어 출판조차 쉽지 않았었던 점을 돌아 볼 때, 그 때 그 시절 책이 막 쓰였던 정치, 사회적 분위기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
지금으로서는 왜 금서가 되어야 했었는지 이해 할 수 없는 책도 보였다. 대표적으로 몽테뉴의 수상록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은 그 내용면에서 개인의 일상, 견해를 늘어놓은 에세이 정도였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치면 정치, 종교면 종교에 특정 집단들과 이해관계가 얽혀서, 바깥 세상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막고 통치를 하고자 했던 그 의지에서 개개인의 자유 마저도 통제 하려 했던 모습까지도 엿보였다.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블랙리스트에 올렸거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도록 출입 금지를 시킨 구역 같은 것에 사람들의 관심과 이목이 쏠리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이유없는 탄압에는 분명 뭔가가 도사리고 있음을,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부추기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금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갔다는 것이 바로 그 반증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책은 자유로운 사상을 퍼뜨리고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임이 분명한 것을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게 하라', '어떤 언어로도 출판하지 못하게 하라', 와 같은 강압적인 문장으로써 이미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가 위험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시대, 작가의 펜을 꺾고 유배를 보내고 목숨을 빼앗는 탄압을 해도 그들의 고귀한 의식은 어둠 속의 빛으로 빛난다. 여기 소개된 책들, 작가들 모두 한 때 어둠 속에 갇혀 있었던 명작이었고 마침내는 고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