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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불멸주의자 - 인류 문명을 움직여온 죽음의 사회심리학
셸던 솔로몬.제프 그린버그.톰 피진스키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1월
평점 :
우리는 결단코 죽는다. 죽음에서 오는 공포감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이 책에서는 문화적 세계관과 자존감으로써 죽음이 주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각이 달라진다
한다.
죽어가고 있음을 상기할 때, 현재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동조차 의미가 없어지는 일이
되겠지만, 옳은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지를 사회 속에서 배워오고 습관화 시켜 온 지식과 이미지 만으로도 소멸하고야 만다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린다. 자신이 살아온 사회가 일컫는 윤리, 도덕, 상식같은 올바른 세계관 아래에서 형성된 개인의 자존감 역시
마찬가지 기능을 담당한다.
만약 우리의 문화적 세계관을 이루고 있는 상식, 윤리가 틀렸다고,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되거나,
어떤 이유로든지 자존감이 크게 떨어졌을 경우, 가령, 현재 보여지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 정치권의 부패같은 온갖 종류의 실망스런 지표들은 우리를
이루고 있던 문화적 세계관을 크게 뒤흔들만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흐려지게 할 만한 상황이다. 여태까지 믿어왔던
것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불신의 상태를 초래하고 급기야 개인의 자존감까지 상실하게 만들만한 조건이 된다. 이런
경우 죽음에 대한 공포는 더욱 가까워지고 커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 되겠다.
이 책의 주제이고 우선적인 나열 부분인, '언젠가 죽는다' 는 암시 아래에서 우리의 생각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이며 사회는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관심에 초점을 두고 읽어가면서 동시에, 우리가 불멸의 존재라면 어떤 상황이 도래할 것이며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도 의문이 앞섰다. 죽지않는 존재에게는 또 다른 종류의 공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죽어가는
존재에게는 반드시 있을 죽음 앞에서 두려워 하지 않을 개체는 없다.
인간에게 주어진 죽음의 역할은 인간 삶의 전 분야에 걸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광범위한
원동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원시 시대 때 부터 인간은 크고 작은 의례, 의식을 통해서 문화적 세계관에 익숙한 습관을 마련해 왔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발견된 일련의 동굴 벽화 같은 것에서도 인간이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고 그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 온갖 활동들을 해 왔음도
보여진다. 그 모든 상황들이 열거되어진 것을 살펴보면 불멸을 향한 몸짓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고대 신화, 종교, 의식부터 신체 장기의 냉동
보존까지, 과학 기술이 발전한 후 부활할 수 있을 조건을 기대하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을만큼.
죽음이 존재하기에 죽음을 잊기 위해서라도 몰두하고 그 과정에서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기도 한
것이다. 문학이 그랬고 예술 장르가 발달하게 된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인간처럼 군집 생활, 사회 참여 방식으로 존재하는 개미 집단에서 보는 것 처럼 각자의 의무가 있고
할 일이 있음으로써 마침내 소멸한다는 불안과 공포를 무너뜨리게 하는 역할이 되어 주는 것 같다. 개미는 한낱 기계적으로 모든 활동을 끊임없이
하는 듯 보여지지만 인지 능력이 있는 인간은 존재감을 느낄 때 부터 소멸로 향하는 자신을 떨칠 수가 없는 구조이다. 창작 활동을 하고 종교
생활을 하는 이유 뿐만 아니라 그 모든 일상의 크고 작은 일까지도 부지런히 죽음을 잊어가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는 사실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까지도
작용하고 적용되어 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또 어떤 것들이 있나 살펴보면서 실생활 속에 숨겨져 있던 인간의 특정 행동과 선택이 더욱
이해하기 쉬워졌다. 또 이런 것들을 시의 적절하게 잘 이용하고 있는 권력자, 정치인, 사회의 온갖 암적인 존재들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음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