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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익다
홍승표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0월
평점 :
메멘토 모리, 늘 듣고 보고 말하는 단어이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하등 상관없는 단어처럼
다가올런지도 모른다.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이 원래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가는 회귀는 분명코 일어날 일인데도 현재 시간 속에 호흡하는 자체에만
온전한 나 인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참된 나' 와 '거짓 나' 로 구분지어 표현하는 저자의 늙음에 대한 생각은, 참 되었든
거짓되었든, 눈으로 보여온 나 만을 바라보며 살아 온 우리들에게는 둘로 나누어 생각할 도리가 없다. 마치 영혼과 육체로 나누어 생각하듯이 겉의
나, 내 안의 나로 바라 보면서, 흘러가는 시간에 비례해서 변화하는 모습으로써 늙음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겉에 있는 나는 시간의 흐름에 비례하지만 내 안의 나는 비례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다. 흩어지고
분해되어 가는 모습으로 인해 좌절하게 되더라도 그만큼 껍질 속의 알맹이는 익어가게 되는 것을, 순리 라는 이름대신 자연스럽게 무르익어 간다고
표현하고 있다.
늙음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아닐 수 없다. 허무하고 쓸쓸해 지는 마음을 좀 더 다독이게 되는
역할이 되어줄 지도 모르겠다.
시선 하나 달리 두는 것으로 서글픈 마음이 영글어 질 수 있다면 이 효과는 살아가는데에 큰 힘이
되어 줄 것 같기도 하다.
비단, 외모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음 공부라는 이름 아래 마음이 받게 되는 상처를 돌볼 수 있는
참된 나를 가지고 있다면 문제 없다.
여기에서 더 확장하여 마음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일어났다 사라졌다 반복하며 괴롭히는 감정이
더 이상 진정한 나를 넘어서지 않도록 분리하는 연습도 언급한다. 마음 속의 고통, 초조, 분노, 두려움 같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즉각, 그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 가짜 나를 참된 나와 분리시켜 돌본다. 이런 과정이 자동적으로 이뤄지게 될 때 인간이므로, 인간에게서 떨칠 수 없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니 가히 도를 닦는 수준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배워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리라.
" 아, 늙으니까 참 좋다." " 아, 초조함이 다가왔구나, 반갑다, 초조"
이런 마음 상태가 자연스러우면 저자가 일상 속에서 겪어오는 온갖 혼돈같은, 어머니의 잔소리와
간섭, 학생들의 비난,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의 부조화, 같은 일들이 언제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런 현상으로써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마음 속에 일어나는 고통이라 불리우던 감정이 어느 덧, 푸른 하늘 위에 잠시 생겨났다 흩어지는
구름, 혹은 바다 위에 일어나는 파도와 같이 간주되어 진다면 죽음조차도 장엄하게 맞이하게 될 것이고, 살아가면서 더 이상 신경쓰지 않으며 나아갈
수 있다니 이렇게 되어질 날,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