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평전 -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최광진 지음 / 미술문화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 경자 화백, 그녀의 작품을 전시회를 통하여 그리고 책으로 여러 번 접했었다.

한 눈에 들어오는 범상치 않은 그림들은 내게, 천 경자의 그림 이란 꿈을 꾸듯 몽롱한 환상감과 그로테스크함 이라고 함축 할 수 있다. 십 대 때 감상 했었던 피카소의 작품들에서 느꼈던 기괴감과 특이성을 굳이 끌어대지 않더라도 그녀의 작품은 난해하고, 그러면서도 비범한 향기를 그득 품고 있었다.

 

화가의 일대기를 일부러 찾아 읽지 않는 한은 쉽게 주변에서 찾아지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이상스러웠던 그림들은 작가의 삶을 전기적으로 표현해 놓은 책을 읽으면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 생각해 왔던, 왜 뱀을?, 왜 꽃과 함께?, 왜 사람의 모습을 저렇게? , 라던 의문.

작가 스스로의 내면과 감성이 우러나온 작품이기에 그에 맞춰 해석해 보려 했었으나 스스로 실패했던 감상의 그 날은 이제, 그 왜?, 에 대한 대답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어린 시절 여동생을 잃고 나서 뱀을 그리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고독에 몸부림 칠 때, 죽음과도 가까운 우울증에 시달릴 때에 그녀는 뱀을 그렸다. 자연 속에서 뛰며 자라난 그녀였기에 꽃으로 표현했던 인생의 강렬함도 이제는, 그녀의 그림이므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그렸던 코끼리 등 위의 여인은 처음 봤을 때 환상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녀의 스케치 여행 이후에 생겨난 작품 세계를 읽고 나니 그 작품에 다른 시선을 둘 수 있었다.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림에 대한 애정이 이토록 크고 강했던 그녀의 삶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화려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던 점이 그녀를 더욱 그림으로 치닫게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들, 가정 속에서의 행복조차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럴수록 그림으로의 열정은 놓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았다.

 

창작의 동기를 되찾고 열정을 불사르기 위해 떠난 여행은 무려 세계를 한 바퀴 돈 만큼이나 길었다. 남 태평양 사모아와 타히티, 파리, 이탈리아 그리고 아프리카. 부러우리만치 행복 했을 것 같은 스케치 여행이었다. 게다가 종군 화가로서 베트남에 갔었고 폭풍의 언덕, 헤밍웨이의 집 까지, 뛰어난 작가들의 흔적을 따라 떠났던 여행까지, 어려웠던 살림 속에서도 그렇게 예술가적인 혼을 쫓아 생활할 수 있었는지, 이 점은 내 인생에서도 생각해 볼 만한 숙제가 되었다. 현실에서 매몰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실천 정신, 그 실행력을 꼭 배워봐야 겠다. 그녀가 고독과의 사투를 벌이면서도 해 내고야 만 그 길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