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나카지마 교코 지음, 승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참 따뜻하고 훈훈한 일상을 눈으로 읽어가며 즐긴 기분이다.

일본 작가가 쓴 요즘 보기 힘든 대가족의 일상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던 것은 예전에 우리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었고, 또 보아오면서 살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겠다.

 

히다씨 부부에게는 아흔 살이 넘은 고령의 장모가 있고 이 세 사람이 살던 단촐했던 삶에, 다 자라서 집을 떠나거나 성인이 된 자녀 셋이 다시 둥지로 모여 들면서 갑자기 3대가 모이게 된 배경은 그다지 유쾌한 이유는 아니었다. 대부분 핵가족 형태로 살거나, 요즘은 1인 가구도 부쩍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자주 눈에 띄지 않는 가족 형태임에는 분명하다. 부부와  그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이 경제 위기 때문에 제가 자랐던 둥지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경우는 미국의 경우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기도 했던 현상이고,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합가를 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일상 속에서 신경쓰이고 배려해야 할 일이 늘어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단촐했던 만큼 평화로웠던 일상에 늘어난 가족 숫자는 더 이상 평화롭지 않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은 상당히 공감도 되었고 방마다 사람들로 채워진 북적이는 집 안이 모두가 외출을 한 후에는 그제서야 느낄 수 있는 고요함과 안도감 이런 것들이 현실감 났다.

 

읽어가는 초반부에서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별 흥미가 일지 않았다가 개개인의 마음 속을 헤집어서 그 숨은 뜻을 헤아려 보고 그 사람 입장에 서서 살펴보는 시선에서는 각각의 등장 인물에 내 감정도 이입이 되기도 했다. 큰 딸의 남편인 사위가 사업 자금에 쫓길 때 돈을 빌려 줘야 했었던 부모의 마음, 자신의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장남 가쓰로가 어떤 심경의 변화를 가졌었는지, 십 대인 조카가 큰 소리를 내지르며 창고방으로 내 달릴 때에 가족 중에서 자신보다 못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삼촌으로서의 마음, 존재감 없고 속만 끓이게 하는 장남일지라도 인터넷 주식에 쓰일 자금을 슬며시 아들에게 쥐어주는 어머니, 이 모든 것이 말로 표현 하지 않아도 잔잔한 가족애로 다가왔다. 남들 하는 말로, 너 정도라면 평화로운 것이라, 하는 이 집의 어머니 상황은 위로는 치매인 노모를 모시고 아래로 자식들이 우글거리고, 그 자식들 하나하나 문제거리가 존재하는 현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가족 문제를 한탄하려 들면 입막음 해 버리는 동창들, 넌 나은 편이다,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에게나 힘든 고통이 있음을, 사소한 고통일지라도 본인에게 다가 온 그것은 훨씬 크고 부담되게 하는 것임을, 그것이 곧 일반적인 가족의 한 모습임을 작가는 아주 잘 그려냈다. 책장을 덮으며 살짝 미소짓게 했던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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