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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평점 :
우리 삶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존재하는 이유는 전기 생산을 위해서, 이라고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 밖에, 그것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거나
알려고 했던 순간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체르노빌 사고와 일본 지진으로 말미암아 원전에서 발생했던
방사능의 유출 사건이 없었다면 그대로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흘러 갔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위험한 것임에 잘 알고 있어야 할
부분임에도 일상 속에 파묻혀 지나가 버리는 수 많은 일부들 처럼 그렇게 지나가고 있음을, 벌에 한 번 쏘여봐야 그 맛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
처럼 작가의 시뮬레이션 스타일인 <천공의 벌>은 진한 교훈을 던지며 다가선다.
원전 기술자인 미시마, 옛 자위대 출신인
사이카, 그리고 항공 사업 본부 기술자들과 근무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일본에게는 뼈 아픈 현실로 나타난 실재였음에 더욱
설득력이 커진다.
조심하자, 아니, 그만하자, 반대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안전하다, 걱정할 일이 아니다, 라며 계속 건설해 가는 정부와 그 중간 어디에도 입장을 두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 에게 경각심을 던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이미 보여주었던 스토리
전개의 힘을 고려해 볼 때 이 <천공의 벌> 또한 가볍지도 않은 주제이면서도 장면마다 전해오는 긴장감과 긴박함이 대단하다. 방위청
소속 헬기 빅 B 를 완성하고 첫 번째 시험 비행을 하려던 날 이른 아침, 알 수 없는 이유로 이것은 납치를 당한다. 헬기의 납치, 조종사도
승무원도 없는 무인 헬기를 무슨 수로 납치 했는가부터 의문의 시작이다. 요즘 한참 이야기 나왔던 무인 자동차처럼 도로 위에서 뿐만 아니라
공중에서도 무인 헬기가 활보하는 그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살짝 해 보는 순간, 그 헬기 속에 남자 어린이가 탑승하고 있음이 뒤늦게
밝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연속적으로 터진다.
그 헬기는 신양 이라는 원전 바로 위에 떠
있게 되고 얼마 안 있어 추락할 것이라는 위협은 사건의 발단치고 가볍지 않은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구해야 할 어린아이와 원전에 추락하게 될 때의
위험성, 모두 경험해 보지 않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사람들을 떨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원전의 원리를 속속 들여다 보게 된 계기도 되었다.
북한이 만들고자 했던 경수로와 여기 나오는 고속 증식로의 차이점이나 발전 경로, 냉각재, 방사성 물질, 폐연료 같은 것들, 혹시라도 단어만
익숙해졌던 그것이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떤 식으로 위험해지는지, 왜 원전이 바다 가까이에 있을 수 밖에 없는지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도록 서술이
되어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원전의 필요성과 편리함 뿐
아니라 그 편리함을 얻으면서 잃게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영향력까지도 몸소 체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것도 이 소설에서 얻게 되는 좋은
점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가는 과정과 정부의 태도에서 보여지던 식상하리만치 비슷한 대처는 국민을 위한 국가라는 생각 이전에 하나의 이익
집단화 되어 버린 것이 국가라는 이름으로 버텨내 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원전 기술자를 아빠로 둔 죄 아닌 죄로
목숨을 잃은 미시마의 아들에 얽힌 뒷이야기와 젊은 나이에 죽어간 원전 기술자들, 그리고 엉뚱하게 헬기 납치 때 연루되었던 헬기 기술자의 아들,
어린 사람들의 다양한 희생의 모습에서 마땅히 보호 받아야 할 사람들이 국가 안에서 벌어진 시스템 아래에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아이러니하게
눈에 들어왔다.
땀범벅이 되어 범인을 쫓던 두 형사만 따라
다녔다 하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웠던 이야기 구조는 극적인 내용도 갖췄다. 산꼭대기 등대 위에서 헬기의 추락을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 보고자 했던
사이카의 뒷모습, 그리고 그를 쫓던 두 형사의 모습은 충분히 한 편의 드라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