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파리
목수정 지음 / 꿈의지도 / 201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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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코 이 책은 주저함이 없이 별점 5개이다.  언젠가 이런 책이 나와주길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파리에 가면 꼭 느껴보고 싶은 거리들과 그 거리 위에 줄지어 서 있는 카페, 그 카페테리아에서 저마다의 할 일들을 하며 차를 마시는 파리지앵들의 본래 모습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무수한 불특정 다수의 파리지앵들이 어떤 빵을 먹고 어떻게 일상을 보내는지를, 그것도 꼭 가 볼만 하고 먹어 볼 만한 맛집과 음식을 소개해 주는, 친절하다 못해 상세하기를 이루 말 할 수 없는 이 책이 참 고맙기까지 하다.

 

나 어렸을 적에 서울에 잠시 방문했을 때 지방과 다른 특별한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하룻밤을 머문 후 그 다음 날 아침에 보여지던 서울 변두리 뒷골목의 일상에서, 한 순간에 그 기대감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없었다. 그것이 세계 어디를 가든 사람의 일상은 특별할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일상 그대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서울 사람이든 파리지앵이든 먹고, 산책하고, 구경하는 일상은 별다를 것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구석구석 좋은 보물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귀띔 받은 느낌이다.

 

생각해 보라. 파리 하면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들, 루브르 박물관을 위시하여 에펠탑 같은 것에만 집중하며 신경 쓰게 될 지도 모르지만 29번 버스를 타고, 루브르 안마당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골목골목 들르는, 버스 차창으로 스쳐가는 동네 모습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치며 종점은 에펠탑.  그 얼마나 가슴이 설레이는지 모르겠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마다 지나는 버스역 처럼 그렇게 파리를 느끼게 한다는 그 자체가 이미 그 동네에서 오래 산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600 년 넘은 파리 시청 건물 뒷편에 전시하고 있는 각종 전시, 줄 서서라도 관람하고 싶다. 무료라니까 더욱. 대통령 집무실인 엘리제 궁을 사이에 두고 절친했던 두 사람, 라 보에씨와 몽테뉴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는 샹젤리제 가. 요즘 핫한 플레이스로 마레를 들 수 있다는데 그 거리에 들어서 있는 스웨덴 문화관도 꼭 들러서 무슨 케이크든 랜덤으로 다 먹어보고 싶게 한다.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 있는 스웨덴 처자들의 소박함도 함께 서비스 받으면서. 장미 한 가지만 팔고 있는 꽃집, 베로니크 퐁텐, 음식으로 치자면 국밥 한 그릇으로 몇 대를 이어오듯 117 년 전에 문을 열었다 하니 꽃에 관해서는 장인급이라 생각든다. 루브르 박물관 앞 카페, 베를레는 박물관을 실컷 돌아보고 난 후 아픈 다리를 쉬기에 딱 좋을 것 같다. 여기도 1900 년대 초에 문을 열었다 하니 그 역사도 짧지는 않다. 현재는 1,2 층으로 되어 있다하니 나의 좋았던 옛날 시절, 대학교 앞의 그 다락방 같던 제과점이 생각이 난다. 자그마한 2층으로 올라가 차와 빵을 먹던 그 느낌이 여기 베를레에서 났기 때문이다.

 

우스운 것은 파리 한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처럼 장이 선다는 것이다. 바스티유 장. 거기에다가 양념 통닭에 대한 파리 사람들의 찬사는 우리의 양념이 파리지엥들에게도 유혹적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든다. 여기에 우리 한국 식당 '순(soon)' 이 자리하고 있다한다. 장을 담그는 항아리를 인테리어 배경으로 보여주면서.

 

무엇보다 파리 교통 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버스 같은 대중 교통의 용이함이 좋아 보인다. 게다가 센 강 위에 버스처럼 다니는 배 까지도 포함해서. 정거장마다 구간이 짧아서 잘못 내려도 당황하지 않고 슬슬 걸어가면  낙담하는 일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루브르 안마당까지 들어가는 69번 버스 뿐만 아니라 29번 버스에도 관심이 크다. 옛날 귀족들이 집을 짓고 살던 마레 지구를 관통한다고 하니 느긋하게 버스를 타고 바라보고 싶다. 게다가 기차역과 지하철 노선이 교차하고 있는 교통 허브와도 같은 리옹역은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도시로까지 갈 수 있다니 이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

 

관광 명소를 다녀 볼 생각보다는 숨어있는 파리 곳곳의 일상을 하나 씩 주워 보고 싶게 한다. 오래 두고 언젠가 파리에 가면 그녀가 말해 준 그 곳들 꼭 거닐어 보고, 꼭 먹어 봐야겠다. 그 동네 다 둘러보려면 파리에 하루 이틀 머물러선 안 될 것 같다. 공원, 카페, 전시, 거리마다 박물관과 예술가들로 넘쳐나고, 밥을 먹듯 예술을 사랑하는 파리지엥들의 일상은 그 자체가 헤밍웨이의 책 제목 처럼  " 파리는 날마다 축제" 라는 이름에 걸맞다.  두 번이나 테러를 당하고도, " 무슨 일이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러나 삶을 즐기겠다" 는 파리 시민들의 태도도 그들만의 의연함으로 다가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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