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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평점 :
11년이 넘도록 집 안에서만 머무르고 있는 린다. 그녀의 생활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유리창 안에서 지켜 볼 뿐이다. 기르는 개, 부코스키가 산책하는 것도 혼자 나가게 하고 물건이 필요하면 도우미에게 부탁한다.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 생활을 어둠의 상태라 칭한다. 그녀 동생인 안나가 살해되던 날 유일하게 범인의 얼굴을 보았고 그 날 이후 그녀는 이 상태로 지낸다.
끔찍한 사건을 당한 이후의 후유증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삶은 어찌보면 평화롭고 부러울만한 조건이다. 조용한 시간 속에 원하는 일을 언제든 할 수 있다는, 독서, 영화를 즐길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식물을 온실에서 기른다든지, 이층과 지하실이 달린 큰 집에서 살며 도우미 정원사를 두고 있다든지, 독자로서는 그녀의 외적 조건이 먼저 생각에 남지만 지금 이런 외부적인 조건은 독자의 눈으로 봐서 일 것이다. 그녀의 정신적인 상처와 괴물이라고 칭하는 그 날의 그 남자가 악몽처럼 따라 붙어 있다. 살인이 나던 그 날 귀에 들려왔던 음악에도 계속해서 시달리며 두려움, 우울증, 공황장애가 몹쓸 부작용처럼 괴롭힌다. 소심한 복수와 그녀 자신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은 바로 소설가로서 의미심장한 소설 한 편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 제목은 피를 나눈 자매. 독자로서는 액자 소설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고 느낌이 달랐다. 소설의 주인공이 써 가는 작품을 병행해서 읽어가니 그녀의 삶이 소설 같고 그녀가 쓰는 소설이 현실같다.
어떤 계획으로 덫을 놓을까, 독자로서 기대가 부풀었다. 유명한 저널리스트의 모습으로 등장한 살인범을 인터뷰를 명목으로 끌어들이고, 그녀의 속마음은 <그는 살인범이다> 를 외치고 있다. 인터뷰를 해 가는 과정에서 그의 신상을 되뇌이는 그녀의 속마음을 묘사한 부분은 특히 긴장감으로 넘쳤다.
그녀의 상상마저도 현실같다. 그녀의 일상에, 꿈에 시시각각 침입해서 괴롭혀 왔던 그 괴물, 렌첸을 직접 만나기 전에 그녀가 보였던 상황들은 긴장감으로 넘치다 못해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생각이 되었었고, 그 긴장감 속에서 한 몫하는 것이 바로 심리적인 효과 부분이었다. 주인공의 심리와 반응을 아주 촘촘하게 묘사해서 독자가 긴박함과 속도감을 잘 느끼도록 해 놓은 부분은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것이기도 했다. 문을 등 뒤에 두고 앉았을 때 행동의 차이라든지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 했을 때의 선점 기회 같은 그런 심리적인 부분들은 흥미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현장감까지도 전달이 되게 했다.
그러다가 작가에게 홀딱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환청과 환각, 상상을 현실로 믿고 두려워 하고 휘청거린다는 느낌에 사로 잡히게 했다가, 독자를 이리저리 끌고 가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작가.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다 싶으면 또 다른 등장 인물을 내 보낸다.
상상력이 지나치면 망상증으로 넘어가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실제 있지도 않았던 이야기를 꾸며 내는 것과 거짓말하는 것의 차이랄지, 이런 종류의 생각에도 이르게 하다가 고도의 두뇌 게임 같은 덫은 결말을 향해 달린다.
스릴러 소설의 정석 그대로 구성이 흘러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