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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옛날 우리식대로의 이야기라면 이어도라는 섬에 있었다던 여인국 같은 것도 생각이 났다. 진실인지 아닌지는 눈으로 보지 못했으니 믿거나 말거나 듣는 사람들의 자유이지만 남자 없는 여인들의 세상은 어떻게 꾸려갈까, 그럼에도 존재하고 있었다고 하니 별다른 문제가 없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있다. 현대 프랑스 문학에서 이 소재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어떤 헤프닝이 벌어질까의 궁금함이 생기기 보다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까 하는 점이 앞섰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혼자서도 잘 살아가면서 혼밥이니 혼술이니, 1인용 가전 제품의 범람이나 간단 조리 식품등이 혼자서도 잘해요, 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의 3-4 인으로 이루어진, 부모와 그 자녀들이 구성해 온 핵가족 조차도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 때에는 가족들이 모여 있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그런만큼 혼자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지도 못했던 현상들은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 점과 연관지어 이 프랑스 소설이 보여주는 현상, 남자 없이도 살아가는 여자들만의 집은 어떤 변화의 실마리를 보여줄까, 혹시라도 앞으로 다가오게 될 지도 모르는 현상은 아닐까 지레 짐작해 보며 읽었다.
책 내용은 책읽기를 한다는 느낌보다 드라마를 보는 듯 하게 꾸며져 있다. 대화체로 빠르게 진행되는 구조가 이런 생각을 하도록 부추긴다. 여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75세의 전직 발레리나가 이 집의 주인이고 그녀의 집에 세들어 사는 4명의 여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여자들의 나이와 살아온 배경은 각각 다르지만 남자에 대한 생각과 사랑을 찾는 것, 가족을 이루는 것에 대한 생각은 공공연히 서로가 말하고 있지 않아도 비슷한 면을 보인다. 세입자 여자 중 카를라가 인도 여행길에 오르면서 비게 된 방에 줄리엣이 들어오게 되고 원래 살고 있던 여자들, 로잘리, 시몬, 주세피나는 새로 들어온 줄리엣에게 집 안에는 어떤 남성, 수컷의 출입을 금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배관공, 전기공, 배달부 조차도 금남의 집이라니, 줄리엣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늙은 여왕은 아직도 스폿라이트 아래에서 박수 갈채를 받아오던 예전의 영광 속에서 그녀를 스쳐갔던 옛 남자들을 추억하며 생활하고 있지만 이제는 남자를 쓸모없는 부분으로 치부하며 산다. 여왕이야 한때 영광의 순간을 살았었지만 지금 한참 젊은 줄리엣을 비롯해서 그녀들에게, 남자에게 의존하지도 못하게 하는 그런 삶을 강요할 수 있을까? 그녀들끼리만의 생활, 서로서로 위안하고 다독여 가며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을까. 남자들을 찾지 않을만큼 호되게 배신 당했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한 때 여왕의 규칙에 맞춰 살아갈 수 있었다손 치더라도 결국에는 마음 속에서 다른 결론을 얻게 될 것이다. 얼굴을 알아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으로, 남자없이 살아가는 여인들에게 한 마디 던지는 남자가 있었다. 자신이 선택했던 여자와 함께 살아가며 자신에게 예!, 라고 대답해 준 여인의 곁에서 인생을 마무리 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작가는 이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역시 진정한 삶의 평가는 인생의 과정과 마무리의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것 같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그녀들의 심중에 이입을 시켜 보았지만 남자없이 살아가는 삶이라 해서 크게 잘못된 것도, 나쁠 것은 없겠지만 인생을 걸어가는 그 과정과 끝맺음의 순간을 위해서는 미리 계획을 세워 두든지 치밀하게 준비를 해 둬야 막다른 길에서 좌절하는 일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