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시간 라틴, 백만시간 남미 - 오지여행 전문가 채경석의 라틴아메리카 인문탐사여행기
채경석 지음 / 북클라우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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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렌다. 남미라니.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 쉽게, 함부로 넘나들 수 없기에 더욱 미지일 수 밖에 없는데, 게다가 나로선 안데스 산맥을 트레킹 한다거나 빙하 트레킹 같은 여행의 존재 유무 조차도 처음 알게 되었으니, 참 멋진 여행의 한계는 어디일까, 생각해 보게도 한다.

 

말로만 듣던 잉카, 아즈텍 문명의 뒤안길 이야기와 그 유적지를 걷는 기분은 무어라고 표현해야 할까. 오지여행 전문가 답게 작가는 6시간이고 8시간이고 마냥 걸어간다. 태백산맥, 소백산맥도 아니고 안데스 산맥을 종횡무진한다.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구미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 나라들이다. 작가는 몸으로 느끼는 절절한 여행을 한 끝에 독자가 읽을만한 배경 스토리까지 흥미로운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역사와 접목하여 발자취를 훑어가는데, 이래도 될까 싶게 편안하게 남미 나라들의 베일을 벗겨간다. 여행은 직접 발로 뛰면서 느낌을 가져야 진정한 나 만의 여행이라 할 수 있겠지만, 머나먼 곳 거기에 언제 내 발자국을 찍을 수 있을 줄 알고 마냥 기다릴 수 있을쏘냐.

 

저자의 시선이나마 우선 따라가 본다. 좋다. 순전히 관광객의 눈으로만 스쳐 지나갈 지도 모를 곳의 배경과 역사 이야기를 듬뿍 읽을 수 있게 해 줘서.

 

스페인 함대가 정복 전쟁을 나섰고, 단지 168명의 숫자로 수 만의 정예 군대를 가진 남미의 문명, 잉카 제국을 정복했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의 이름이 피사로 였고, 잉카의 마지막 왕이 화형을 면하기 위해 개종을 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이집트의 미라 뿐만 아니라 잉카에도 미라가 있었고, 페루의 새똥이 경제를 살린 공로자 였다는 것도, 거의 모든 이야기가 처음 접하는 만큼 내게 있어 남미는 불모지 였다.

 

::: 90쪽

마추픽추 여행은 제약이 많다. (...) 하루 2000 명으로 탐방을 제한하고 있다. 하루 2000 명으로도 충분히 북새통을 이뤄 사람들에 떠밀려 다니게 된다. 중간중간 관리인이 예리한 눈으로 이탈하는 사람을 지키고 있어서 말뚝과 말뚝을 연결한 줄 안에서 일렬로 이동해야 하고 진행 방향도 정해져 있어 나만의 여유를 갖기 어렵다. 예전에는 입구의 경작지에 앉아 유적지를 내려다 보며 명상을 하고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지금은 어디 엉덩이 붙일 곳도 없다.

 

 

잉카의 유적지 쿠스코, 마추픽추의 배경에 얽힌 저자의 생각은 넓고 깊어서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키게 하는데 부족하지 않다. 여행의 현실감도 충분히 느껴져서 같이 다니는 느낌도 있다.

볼리비아로 가선 체 게바라가 선택했던 땅 이야기가 안타까움을 주었으며, 아마존의 자연 생태계는 최근에 TV 다큐로 본 적이 있었기에 거기에서 출현했던 동물들이 책에서도 등장해서 반갑기까지 했다. 날개에 올빼미 눈을 달고 있는 아마데우스 나비는 다큐에서 나오지 않았는데 여기에서 처음 보는 특이함이었다. 나비 날개에 올빼미 눈이라니 상상이 가는가?  사진을 보지 않은 다음에야 그 모습은 떠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여행 기행으로써의 묘사력이 힘을 발휘하지만 모든 장면마다 생소했던 모습 만큼이나 그 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는 새롭고도 넓다. 안데스 고원이 만들어 낸 이곳 저곳 도시와 유적을 따라가며 그 깊은 향기를 마시는 이 여행이야말로 더 넓은 곳으로 시각을 이동시켜 주며 문장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주옥같은 읽을 거리가 풍성하다.

 

 

내일을 향해 쏴라, 영화 포스터가 있는 카페, 철벽옹인 화강암 봉우리를 정복하기 위한 등반가들, 라틴 아메리카 공화국을 수립하지 못했던 때문에 인구와 자원으로 세계 주도국으로 되었을지도 몰랐을 안타까움, 인상 깊은 이야기는 비단 여행만으로 얻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인문 탐사 여행기" 라는 소제목에 너무나 걸맞다.

버릴 것 없는 문장들과 사진으로 꽉 차 있는 좋은 책을 탐험한 기분, 말 할 수 없이 기쁘다.

놓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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