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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전사의 저항과 투쟁 - 이슬람과 중동,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맨몸으로 저항한 민중의 역사
램지 바루드 지음, 최유나 옮김 / 산수야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 288-289 쪽
이스라엘 병사들이 곧 난민촌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일부는 그냥 달려왔고 또 다른 군인들은 커다란 군용 차량과 작은 지프를 타고 몰려왔다. 전쟁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 나는 돌멩이를 들고 우뚝 섰다. 아이들이 병사들 쪽으로 달려가면서 돌을 던지기 시작하자 나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나는 한 손에는 책가방을, 다른 손에는 돌멩이를 들고 지옥으로 달려 들었다.
" 신은 위대하다!" 를 크게 외치며 돌을 던졌다.
내 돌은 아무 것도 맞히지 못하고 바로 코 앞에 떨어졌지만,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나는 더 이상 마른 팔라펠 샌드위치를 타려고 유엔 구호 급식앞에 줄지어 선 하찮은 난민촌 아이가 아니었다. (...)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만의 언어로 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이름은 램지, 모하메드의 아들, 누세이라트 출신의 자유의 전사, 그리고 비통함 속에 눈을 감은 뒤 우리 형의 작은 무덤 옆에 묻힌 어느 농민의 손자라고 말이다.
눈물겹다. 모든 상황들이 우리의 1920년 대 그것에서 처럼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제의 압박에 저항하던 우리 민족의 투쟁처럼, 터키의 지배 하에 있던 팔레스타인이 영국 세력에 밀려 버린 터키 대신에 자리를 바꿔 앉은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국가도 민족도, 위치해 있는 땅도 다르지만 외세의 침입을 번갈아 받으면서도 자신의 고향과 땅을 지키고자 분투했던 팔레스타인의 투쟁이 전혀 낯설지 않게 보인 것은, 일제 치하의 고통 받던 우리 민족의 투쟁과 겹쳐지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중동의 분쟁 지역,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지역인 팔레스타인의 투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치열하고 끔찍한 테러의 형태로 메스미디어에 오르내린다. 대체, 왜? 그들의 역사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분쟁이 끊이질 않는건가,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이 사태를 확실히 알아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로 난, 죄없는 난민들만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어쩌면 잘못된 시각으로 어설프고 부족한 판단을 내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되짚어 보게도 한다. 역사는 힘 있는 자의 편에서 쓰여진다고, 세계적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나라들의 비호 아래 그들과의 비밀 협약이 오고가고, 기어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해 내고야 마는 쪽이 옳은 것으로 비춰질지도 모른다.
나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6일 전쟁이 발발하자 전세계에 흩어져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속속 자기 나라로 돌아와 아랍 국가들과 전쟁에 임했던 이야기도 이스라엘 편 쪽에서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주로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었던 것은 그 쪽 사람들의 배경을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었고, 사람들이 말하는 쪽의 편으로 쏠려서 생각했던, 일종의 군중 심리에 말렸던 것 같다. 게다가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사람 쪽에 서서 이들의 관점으로 보여 준 책을 아직 읽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의 반대 선상에서 바라 본 이 책이 또 다른 시각을 마련해 준다. 힘 있는 자 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특히 이들 상황과 비슷한 시기에 잔혹했던 시절을 겪어왔던 우리로서는 더욱 올바르게 바라보며 판단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더욱 생각하게 한다.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마을에서, 조상대대로 일구어 오던 땅에서 강제로 내쳐졌던 그것은 절대로 옳았던 상황도, 정의로운 일도 아니었음을.
영국과 손을 잡은 시오니즘적 유대 민족 이스라엘이 어떤 방식으로 인종 청소 작업을 끝냈었고, 오늘 날 우리가 보아 온 가자 지구가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저자는 할아버지대 부터 아버지 시대까지 거슬러 이야기를 푼다. 마치 소설처럼,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는 잔혹했던 시대였다. 이스라엘의 대포 아래 추방되고 굶주림과 고통 속에 살아서 버텨 낸 그 이야기들이 차라리 소설이라면 그 소설을 읽고 이스라엘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가자 지구로 피난해 들어갈 때 어린아이였던 저자의 아버지가 잘난 형에 치이면서 헤쳐 나오게 된 삶의 과정과 자유를 향한 전사였던 이야기는 저자의 가족사 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눈물겨운 팔레스타인 아랍인의 역사이다.
이 책의 원제 또한 My father was a freedom fighter. 이다. 죽을 때 까지 가자의 난민촌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꿋꿋이 버텨 내었던 아버지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그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따라 가면서 그의 행적 속에 있어왔던 수 많은 전투들, 항쟁들, 협약, 그리고 고통과 분노를 읽다 보면 팔레스타인의 모든 것을 명백히 투영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