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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진으로 말하다
현경미 지음 / 도래 / 2014년 6월
평점 :
이런 말이 생각났다. 서울에 다녀 온 적이 있는 사람과 서울에 발 디뎌 본 적 없는 사람 둘이서 서울에 대해 이야기 하라 한다면 서울 다녀 오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가 더 크다고. 나는 대체 인도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인도 아이들, 검은 피부 사람들의 이국적인 모습, 인도의 강과 같은, 인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찍어 오는 그런 대표격과 같은 사진들만 보고서, 나 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인도를 재창조 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면에서 작가의 힌두 사원 프로젝트는 예상치 못했던 깊이감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저 소를 숭배한다는 정도에서 그쳤던 힌두교에 대한 나의 얄팍했던 지식도 그녀가 보여 준 힌두의 신들로 인해, 한 두 명도 아니고 각종 다양한 모습의 신들을 통해서 속살까지 들어가 본 느낌으로 이동하게 한다. 이젠 인도~!, 라고 들린다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적응을 잘 해 나가는 힌두교의 여러 신들이 거기 존재하고 있음을 먼저 떠올릴 것 같다.
인도에서 4년 이상을 생활해 온 작가는 인도에 발 디딘 후 3년 동안 그저 마냥 시간이 흘러갔다고 한다. 그런 공백의 시간이 있었기에 인도의 평범한 면을 겉핥기 하기 보다는 더 깊이있는 문화와 그들의 역사쪽으로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녀가 살고 있던 지역에서 가까운 힌두 사원부터 시작해서 소개받아 알게 된 사원까지 크고 작은 힌두 사원들을 방문하면서 저자는, 인도라는 나라는 한 마디로 표현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더욱 느낀다. 그것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각자의 시선으로 답을 얻을 수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녀의 힌두 사원 프로젝트를 따라 가다 보니 겉보기의 인도가 아닌 좀 더 깊은 맛이 우러나는 인도가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그녀를 통해서 내가 설정해 놓았던 인도의 풍경을 다시 조명해 보려 한다.
"보리수와 여인"이라는 작품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명화의 한 장면처럼 내게 다가왔다. 역시나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기도 한 이 작품은 고전에서 빌려 온 명화이려니 생각할 만큼 우아하고 가장 인상 깊은 사진이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현실 속의 한 장면이 맞았다. 나무가 생생하게 서 있다. 시골 할아버지와 천진한 아이들 사진은 내가 머리 속으로 알고 있던 모습에 가까워서 그들의 이방인스런 모습들이 당연하게 다가왔다. 반면, 현대식으로 갖춰놓은 실내 모습이라든지 관광객을 위한 시설들을 둘러 보면 인도의 또 다른 모습이구나 싶었다.
여행지를 다녀오면 남는 것은 사진과 추억이다. 마음으로 담은 사진보다는 그 곳에 내가 있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열망이 결국 기록을 위한 사진을 찍게 한다. 작가는 기록 위주가 아닌 카메라 뷰 파인더를 빌려서 인도의 마음을 담은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 누구나 품어 줄 것 같은 나무의 넉넉함을, 쓰레기 둥둥 떠내려 가는 연못에서 빨래를 하는 여인을 마치 그림처럼 담아 냈다. 그 자리에 있지 않은 독자에게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대화가 계속되고 있는 인도의 사정도 다른 여러 나라가 거쳐왔던 변화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부모의 재산을 탐내어 부모를 속이는 불미스런 범죄도 연출되며 전통 가정의 체계도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도 알 수 있다. 저자가 살고 있던 아파트 베란다에서 훤히 내려다 보이던 풍경들, 화장실이 부족해서 숲 속으로 가던 사람들, 어디선가 돼지들이 와서 먹어 치우는 일상, 배수 시설이 거의 없어서 비만 조금 내려도 물난리가 나던 인도, 뜨거운 폭염, 소들이 버젓이 활보하는 거리등은 인도에서만 당연한 일상이 아니었을까. 그녀가 사진으로 말해 주는 인도는 그 속에 철학적인 일상도 함께 녹아있었다. 인도의 일상은 한 편의 인생을 이루고, 그 인생은 철학이 된다는 생각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