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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7년 2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16년 4월
평점 :
"천지신명이시여, 산 자와 죽은 자의 정신과 영혼까지도 협력하게 하시어 적의 세력을 꺾어 없애도록 해주시옵소서." (136쪽)
바다로 출전하는 장군이 되뇌이는 출전 제문의 한 구절이다. 그동안 왜적이 침입할 때를 대비해서 닦고 준비해 왔던 배와 수군들을 이끌고 나가며 장군은 다시 한 번 마음 속으로 염원한다. 이 때 심정이 얼마나 비장할 지, 첫 전투를 맞기 전이라 더욱 오락가락했을 것이라는 짐작도 해 보게 한다. 전투를 앞두고 출전 제문을 읽으며 임금과 천지신명께 보고하고 힘을 얻으려는 제사를 지냈을 법 한데 여태까지는 이러했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해 보지 못했었다. 역시 작가의 상상력의 넓이일까, 아니면 자료 수집 중에 알게 된 절차였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경상도 바다를 자력으로 지키지 못하고 전라 이순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원 균과 그의 부하들이 이순신 함대와 연합해서 전투를 벌일 때의 일에서도 이순신의 대처 능력이 배울 만 하다. 원균의 부하도 공로를 차지하기 위해서 이미 전과를 올리려 하는 이순신의 부하들에게 화살을 쏘아 부상을 입혔던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녹도 만호 정운이 이 점을 따지려 들자 이순신은, 원균 편도, 그의 부하의 편도,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사태 해결의 중간 지점에 놓이게 되는 이 때에도, 연합 함대의 단점으로써만 받아 들일 뿐 그 누구의 역성도 들지 않았던 모습을 보인다.
천민이든 어떻든 지위 고하를 따지지 않고 그들의 재주를, 글을 읽을 수 있다든지, 배를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든지,를 알아내어 활용해 내는 이 모습 또한 지휘관으로서의 또 다른 능력을 알 수 있게 한다. 지휘관의 입장에서는 뛰어난 부하들로 구성되기를 원할 것이고, 부하들은 능력있는 지휘관을 바랄 것인데 이순신의 부하 사랑과 돌보는 능력은, 부하들에게 없었던 능력이었다 할 지라도 밖으로 끌어내어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었다.
포구마다 생김새가 다른데 그 생김새에 따라서 작전을 짜고, 앞 뒤에 척후선을 두고 그 척후선의 보고에 따라 움직이는 이순신의 함대는 전투 중의 후방까지도 지키는 장졸을 두어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앞, 뒤, 옆을 그야말로 철두철미하게 지키며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에 빈 틈이라고는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첫 전투인 옥포해전 부터 연전 연승할 수 있는 기초가 탄탄한 모습과 적재적소에 부하를 기용하는 장군의 눈썰미와 판단이 소설 속 이었다 해도 곳곳에서 드러나도록 작가의 표현에 감탄이 왔다. 게다가 인품면에서도 사람을 대하는 사소한 행동거지와 마음씀까지도 어디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와 일상적인 행동까지도 엿보이도록 서술하고 있어서 이순신 장군의 엄하면서도 자애로운 인간미까지 더해졌다.
이순신 장군이 지켜낸 바다와 조선 백성들은 그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를 맞았을지 아찔해질 정도이다. 그렇게 치열했고 장렬했던 전쟁을 치뤄냈던 것이었던만큼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역사 속에서 뿐만 아니라 숱한 후문들, 소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이어졌다. 여기에 또 다른 하나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가 있다. <천강에 비친 달>로 이 작가의 소설을 만났었고 역사 속에서 있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이 작가가 탄생시킨 이순신 장군은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한다. 어머니의 고향인 아산에서 자라고 결혼했던 장군이라서 동료나 부하 장수들과 대화할 때 사투리로 표현하는 구절은 여태까지 보아오던 정석 그대로의 장군보다는 약간 다른 모습을 엿보는 기분도 들게 했다. 천편 일률적으로 모두 표준어를 구사하던 모습만 보아오다가 그 지역 방언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는 것 처럼 사투리 쓰는 이순신 장군과 휘하의 장수들의 모습은 좀 더 사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이었다고 할까?
<훗날 이순신의 일기는 사적인 감상과 고백을 넘어서는 진중 상황 보고서이자 장수로서 전투를 준비하고 치르는 진술서가 되었다. 이순신과 그의 부하들을 변호하는 유일한 글로 남았다.> 104쪽
난중일기의 해석, 문장에 따라 순서가 바뀌고 해석이 달라지는 것으로 암호형 글 이라는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 소설 속 작가의 상상력을 구현한 것일까, 살짝 생각을 여러 각도로 해 보게 했다. 그 자신의 진술서를 미리 작성해 갔던 일지, 변호의 글이라는 것도 전쟁이 끝나기 일보직전에 일어났던 그의 죽음과도 더욱 연결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로써 그의 일기에 대한 개인적인 발견으로 새로운 시선, 놀람과 감탄이 다시금 우러난다.
직급, 계급, 천민 상관없이 상가에 조문하러 가던 이순신. 가진 것 없이 사는 떠돌이 어부들일지라도 모여서 정착하게 도와 주고 양식을 챙기는 모습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그들을 지켜 내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하는 이순신의 작은 행위조차도 거룩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