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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방진 캥거루에 관한 고찰
마크 우베 클링 지음, 채민정 옮김, 안병현 그림 / 윌컴퍼니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자본주의, 엿 같은 시스템, 베트콩" 을 시도 때도 없이, 경우도 없이 떠들어 대는 캥거루 라니, 이 캥거루 대체 뭘까 궁금했다.
자기네 언어로 이것을 방송하거나 떠들어 댄다면 관중들이 어지간히 발을 구르며까지 웃을 것 같은 시츄에이션들로 즐비한 책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캥거루의 독설로 가득하다. 가장 가관인 것은 단연 캥거루이다.
작가는 왜 캥거루를 주인공으로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도 좀 해 봤는데 아무래도 민주정치를 비판하는 역할이 맨 얼굴을 드러낸 채 속사포로 비판해 댄다면 이 또한 얼굴이 줄 수 있는 선입감이 생겨질지도 모르겠다는, 나름대로의 해석도 조심히 해 보았다. 차라리 놀이공원 커다란 인형 탈을 쓰고 그 속에 누가 들어있는지 모르지만 그 인형이 하나부터 열까지 잘못된 모습을 지적하며 비판한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캥거루가 생각없이 지껄이는 것 같아도 장면마다 우리의 현 모습 속에서, 상황 속에서의 잘못된, 잘못 돌아가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우리들 또한 그것이 때로는 틀리지 않았나 생각은 좀 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올바르다 생각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을 말하자면야 불합리한 점 투성이의 사회인 것은 맞는 것 아니던가. 이것을 캥거루가 꼬집듯이 비판한다고 해서 뭐가 잘못된 건 아니지 않나. 캥거루가 이사 온 아파트의 맞은 편 집의 주인공인 '나'는 정말 어쩔 수 없이 어울리게 된 캥거루와 말까지 터놓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지만 캥거루에게 반박할 말은 없다.
"있는 자만 더 갖는 세상, 부르조아의 흑백"
" 옳다 그르다 하는 건 짜증나는 부르주아적 이분법"
"게임의 룰을 벗어난 거야. 그 룰이라는 것도 결국 누군가가 만들어낸 거라고" (본문 중)
이런 말들이 너무나 동감가는 요즘이라 웃고 있어도 씁쓸할 지경이다. 요사이 하는 말로, 이것이 바로 웃픈 현실 이라는 것인가? 캥거루 마저도 깔보고 비웃는 제도가 되어 버렸다 이건가?
" 선거라는 건 민주주의적 망상이고 민주 정치라는 이름의 신기루. 민주주의는 투표 용지라고 속여 먹는거지 공식적으로." (23쪽)
예전에는 생각의 비중으로 크게 차지 해 보지 않았던 부분인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서 고개 갸웃거리게 만들며 자주 생각하게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니 더욱 고개들게 되는 생각이다. 게임의 룰을 장악하고 있는 특정 손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 사회를 생각하면, 이로 인해서 어찌할 수 없는 부익부 빈익빈의 세상으로 재탄생되는 것이고 그 속에서 인간인 우리조차도 어떻게 손 쓸 수가 없다는 생각도.
우리 사회와 직접적인 인물과 상황으로 서술이 되어졌다면 좀 더 씁쓸하게 웃으면서 마음에 가까이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독일의 나치즘, 그들의 문제, 사회 속에서의 항의, 시위 같은, 정치와 사회 제도의 모순과 잘못된 점은 그들만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고 우리나 별 반 다를 바 없지 않겠나 싶은데, 그것을 비판하는 캥거루를 보면서 참.. 캥거루가 이렇게까지 똑똑할 수 있다니!
게다가 유머스럽게 은근슬쩍 비판하며 웃어가면서 뒷통수를 갈겨대기까지 한다.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보냐는 일이 우습게도 벌어지고 있다. 한낱 캥거루까지도 우리를 이렇게 비웃어댈만큼 민주주의도, 자본주의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물론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