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개정판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며 하루 해가 다르게 계절은 봄의 영역으로 넘어서는 이맘 때, 늦겨울의 차갑고도 매운 공기가 봄을 재촉해 대는 꽃을 시샘하던 그 반갑잖은 시절도 견뎌 내온 우리의 몸은 시름시름 봄을 앓기 시작한다. 마음이 싱숭생숭거리고 봄에는 과연 멋진 일탈과도 같은 유별난 일상을 기대하는 스프링 피버가 바로 그것이다. 무언가 멀리 있을 그것 혹은 그 분을 그리워 하며 어서 빨리 내 곁으로 가까이 다가올 것을 고대하기도 한다. 그것은 이미 실상 아닌 허상 임을 알고 있음에도, 여러 수십 차례 맞이하는 봄임에도 눈에 보이되 無 임을 알고 있지만 눈 앞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 처럼 손 끝을 뻗어 내 밀어 본다.

 

이런 마음으로 피 천득 작가의 인연을 다시 잡았다. 학교 때의 교과서적 우연의 만남,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옳았다, 처럼 나이 이미 지긋해 그를 만나고 보니 이렇게 시시콜콜 일상적이었나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수필이라는 문학의 한 쟝르를 알게 했던 것도, 주제없이 붓 가는대로 써 가는 것이 바로 그것임을 알게 한 작품, 인연.  이것은 그렇게 새로운 경험으로 어렸던 내게 첫걸음 했었다.

 

지금은?   우선 작가의 생년월일이 크게 들어왔다는 것, 1910 년 생, 한일 합방의 그 시간 그는 태어났고 요전 앞시간 까지 거의 100년 가까운 삶을, 우리의 현대 시절까지 보고, 듣고, 느끼고 돌아갔다는 그것이 눈에 띄었다. 그 오랜 세월 우리나라에 벌어졌던 버라이어티 쇼의 한 가운데에서 저자는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을 것인가?

 

자라나면서 일제 치하, 교육과 사회 문제에서 얼마나 많은 느낌이 오고 갔을 것인가? 청년, 중년, 장년을 거치면서 역사적인 순간도 거쳤다. 해방과 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근현대화가 되는 첫 시점에서 부터 가장 왕성한 순간에 이르기까지 문학 작가로서 큰 행운아였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글도 시대에 따라 나이를 먹어 가는 건지도 모른다. 글에서 얼핏 비춰지는 시대, 낡았지만 예전 오래된 생각들도 다락방에 묵혀 뒀다 방금 꺼낸 것 처럼 케케하지만 정겹고, 먼지 켜켜이 쌓였던 느낌도 없지 않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그가 즐겨했던 일상, 그가 만났었고 알고 지내왔던 사람들, 그리고 그의 딸 서영이까지 시대를 거슬러 올라와서도 거리끼는 것 없이 현재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게 한다.

 

그가 관심두었었기에, 사랑했었기에 남겨두고팠던 사연들은 붕대 친친 둘러감은 볼썽 사나운 모습의 미라로 남겨지지 않고 영롱하다 말하고 싶을만치 예쁘게 한 페이지씩 짤막하게 마음으로 파고든다. 스펙타클한 느낌은 어림없지만 잘근잘근 씹어서 그 맛을 은근하게 즐겨보게 하는 그 맛이 일품이다.

 

이 봄, 그의 <인연>을 다시 만나 더 새로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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