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고수리 지음 / 첫눈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문득 인간극장 출연자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데 어떻게 방송에 나가냐는 출연자의 물음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 딱 20일만 일상을 지켜보세요. 우리가 주인공이고, 우리 삶이 다 드라마예요." (13쪽)

 

일상이 드라마 라고 말하고 있는 저자, 고수리는 흔하지 않은 그 이름만큼이나 극적인 삶을 살아왔다고 할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말하는 모든 평범한 일상을 드라마로 만들어 내고, 보이게 하는 드라마 작가였다. 인간극장을 만들면서 대화를 나눴던 사람들과 보냈던 그녀의 일상 자체도 드라마 같았다. 이혼 가정, 엄마와 남동생과의 셋 만의 가족 생활은 불행했던 가족이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기 위해서 결정을 내렸던 엄마의 선택이었다.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면서도 또, 이혼한 엄마의 힘겨운 삶을 옆에서 고스란히 지켜보면서도, 여자로서의 엄마의 역할, 할머니의 딸로서의 엄마를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실, 요 앞 전에 역사학자이자 비평가인 외국저자가 쓴 에세이 책에서 신화, 공간의 거대함, 시간의 광활성을 다루며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 있다가 그것을 손에서 내려 놓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수리수리 마수리 라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고수리 작가의 에세이를 읽기 시작하자 드는 생각은, 너무나 일상적이고 아기자기하다, 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늘 마주 대하고 사는 사람들, 가족을 그려낸 잔잔하고도 높낮이 없이 지속되는 글 속에서, 이런 일상들이 무슨 화두나 화젯거리로 오를 수 있기나 한가?, 하는 의아함이 들기도 했었다가도,  한편으로 인간극장이 방영되던 그 상황을 떠올려 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늘 보아오던 그 주변 사람들이 바로 주인공이니까.

 

흔히,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이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움직이고, 사건을 주도해 가는 것은 바로 나 이므로, 말하지만 그 말이 언뜻 실제감이 있게 닿아오지 않는 것은 왜일까. 분명 내가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커다란 사회 속에, 혹은 집단, 단체 속에 포함되어 있는 부속품같은 인간으로만 다가오고, 단체 속에서는  알맹이들 속의 표 하나 나지 않는, 그 하나인 것만 같은 기분. 그 알맹이들 중의 하나로만 살아오다가 어느 날, 플래쉬 라이트가 자신에게로 고정되었다. 진정한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그 순간이다.

인간극장이 단지, 인터뷰 하고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으면 모든 것이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님을 수리 작가가 온 몸으로 보여 주는 것 같다. 끊임없이 전화하고 이야기 해 보고, 그렇게 상대방의 인생에 뛰어 들어 그 인생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캐내고 알아 내면서 그것의 아주 작은 단면이라도 이해할 때 한 사람의 인생이 비로소 주인공으로 부각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러다가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며 그녀를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인간극장 같은 모습으로 그녀의 삶을, 어린 시절을, 추억을, 그리고 그녀 추억 속의 모든 사람들을 불러내어 다시 세워 본다. 그 단면 하나 하나가 그녀 자체이다. 온전히 그녀가 주인공인 글이 독자와 만나는 것이다.

 

참 평범한 것 같다. 그러나 엄마, 할머니와의 추억은 언제나 그냥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따뜻함이 있다.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그녀가 쓴 그녀만의 인간극장 속에 그녀의 삶은 이렇게 독자에게 각자의 느낌으로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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