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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트 홀릭 시크릿 맵
한소연 지음 / 니들북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세계 곳곳 거의 모든 곳에 눈을 두고서 조금씩 빼꼼히 들여다 본 기분이다.
그녀의 직업은 플라이트 어텐던트, 승무원이었다. 그녀의 삶의 대부분은 하늘 위에 있었다. 비행기 탑승객들을 돌보아 주며 그들이 비행하는 도중에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쓰던 일을 십여 년 넘게 해 오던 그녀로서는,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환하게 그려진다. 혼자 어디론가 여행을 할 때 비행기를 타고 있으면 보지 않고 있어도 반대편에 있는 승무원들의 동작 하나하나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듯이 지금도 느낄 수가 있다는 그녀, 그 느낌을 독자와 함께 갖고자 한다.
힘든 비행 업무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갖는 그 짧은 시간동안에도 그녀는 쉬지 않았다. 그녀의 호기심이 가만히 있도록 그녀를 내버려두지 않았던 까닭이다.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그녀가 잠시 체류중인 나라의 어느 지점으론가 나선다. 덕분에 우리 눈도 호사를 한다. 그녀가 즐겨먹던 음식을 비록 맛보진 못했으나 눈으로 보여지는 사진이 있는 덕분에 어떤 맛일지도 감이 올 듯 하다.
268개나 되는 계단을 딛고 올라서야 들어갈 수 있는 사원, 세계에서 가장 큰 불상이 있는 홍콩의 한 마을에서도, 무채색의 런던 템즈 강가에서도 그녀의 카메라는 멈추지 않았다. 사실, 찰칵 하는 카메라 셔터 음향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나이기에 더욱 그녀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맞춰갈 수 있었다. 난, 그녀 덕분에 이미 무임승차 했다.
언제던가 내 눈이 직접 현장을 휩쓸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녀를 따라 나선 지면 위의 여행에서만 이라도 충분하다. 역시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매료가 되는 부분이다. 비록 오랜 비행 업무로 지치고 탑승객과의 실랑이 같은 보이지 않는 후면의 통증 비슷한 피로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세고비아의 유명 식당에서 마주한 새끼 돼지 바베큐, 난 도저히 포크를 갖다 대지 못할 것 같다. 사진에서조차도.
그녀도 그랬다. " 새끼 돼지를 마주하는 순간, 놀라움, 당황스러움, 미안함, 호기심." ( 60쪽) 난, 호기심까지 갈 수 있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할 것 같다. 놀라고 또 놀라고, 당황하고 또 당황할 것이라서 그 느낌만으로도 여기서 끝.
때로는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고 과격하고도 신나는 액티비티에 빠져있기도 하고 때로는 잔잔하고도 우울한 분위기를 즐기며 그 속에서의 그 시간, 일초 일초를 사랑하는 그녀, 삶에 대한 열정이 그렇게 타오르던 시절을 갖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에너지가 듬뿍 전해져 온다.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은 막연한 기대감에 더해서 어디를 우선으로 둬야 할 지, 어떤 곳에서 뭘 맛 볼 지도 계획하는데에 도움이 되어 줄 것 같다. 당장이라도 떠나는 이 느낌은 이 책 하나로 충분히 다가온다. 독자가 혹시 더 젊은 나이에 있다면, 혹은 훨씬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내가 느꼈던 그 느낌 그것 보다 훨씬 더 그녀와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111쪽
아스라이 사라지는 오래된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는 향수가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
작은 기억일지라도 그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무수한 추억 속으로 안내하기에
그것은 잊혀가는 비행생활의 소박한 기억을 조각조각 이어주는 퍼즐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열려있을 때, 발걸음이 재촉할 때, 그 때를 놓치지 말고 어디론가 향하는 그 열정을 발휘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삶에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녀 덕분에 프라하도, 파리도, 몰디브도, 조금씩 맛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