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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정치다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6년 3월
평점 :
" 계란 맞아도 안 죽는다! "
이 문구에서 웃음이 터졌다. 정치인 중 혹은 그에 버금가는 공인이 국민들에게 잘못을 했을 때, 혹은 실수하거나 뭔가 경우에 맞지 않게 행동했을 때 그 분노를 작은 계란에 담아 냅따 던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계란을 맞고 노란자와 함께 줄줄 흘러 내리는 흰자를 뒤집어 쓰고 모욕과 창피를 당해야 했던 정치인, 그 앞에서 분노에 찬 음성이 고함친 한 마디였다. 마치 폭탄을 투척하는 심정으로 계란을 던졌으니 그 계란은 무슨 죄인가? 먹는 음식인데 음식을 이용하다니 말이다.
이렇듯 음식과 정치권의 지나간 사람들, 전현직 대통령들을 비롯해서 현직의 정치인들, 그 뿐만 아니라 정책 등을 함께 꼬집기도 하고 음식의 특성과 연결지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이 책은, 제목만 보고서 처음에 생각했었던, 음식 이야기가 주류 일까 아니면 정치 이야기를 주로 쓸까, 로 궁금증을 함께 갖게 했었다. 속을 뒤져보니 역시 음식 한 차림이 나오면서, 그 음식을 좋아했던 정치인들과 그들의 행보, 속마음까지도 짐작해 가며 풀어가는 이야기가 쏠쏠하니 맛깔스럽다. 늘상 볼 수 있는 계란 하나 가지고도, 정치 잘못해서 엉뚱하게 국민만 고생시키는 잘못된 정치인들 맛 좀 보고 정신차려라, 는 의미로 계란을 투척하고 결국엔 계란하나 맞았다고 죽지는 않는다는 야유를 퍼붓는, 작은 계란이 가져다 준 이야기에서도 흥미가 넘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밥상을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식구, 한 식구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가족이라는 의미이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사소하고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그 평범함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뜻은 깊듯이, 그들의 세상 만 이라고 할지라도 정치인들의 세상에도 먹어야 살 수 있는 것. 재래 시장에 늘어놓은 순대, 떡볶이 같은 서민의 음식을 먹으며, 평소 먹지 않던 익숙치 않은 음식일지라도 한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찡그리지 않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기도 했던, 얼마 지나지 않은 과거 속의 시절도 끌어당겨 읽게 한다. 음식에 얽힌 정과 의미, 그것으로 인해 화합을 이루기도 하고, 그것은 곧 배반이기도 했던 음식을 저자는 골고루 잘도 모아 지나갔던 시절 속의 그 정치인들의 상황까지도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정치인과 연결지어 생각나는 음식하면, 칼국수가 먼저 떠오른다. 아니나다를까 저자도 칼국수를 빼놓지 않았다. 국민들이 즐겨 먹는 라면 이야기도 소개하는데,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민적인 정치의 모습을 바로 보여주는 음식으로 라면이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자연 재해를 입었을 때 조선 왕들의 반찬수 줄이기 에서 폭군 연산군의 이야기가 흥미를 돋워줬다. 그는 정치 뿐만 아니라 음식에서도 '폭' 자를 쓸만 할 정도로 흰말고기, 소의 태아등 그가 원했던 음식은 상상만 해도 얼굴이 찌푸려 질 정도다.
음식에 스토리텔링을 덧입힌 기법으로 흥미로운 내용을 쓴 이 책의 저자는 역시, 음식 전문가였다. 모든 것에 이야기가 있다하지만 음식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연구하는 이 분야도 무척이나 호기심이 생길 정도로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음식이 말하고 있는 이야기의 세계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것 같다.
한 가지, 야심한 밤에 출출한 배를 안고서 읽게 되면 체중 조절에 실패할 일이 발생할 것임을 미리 밝혀 두고 싶다. 맛나 보이는 음식 사진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있어서 아무 것도 안 먹은 상태로 책을 읽다 보면 서서히 먹고 싶은 생각이 올라오기 십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든든하게 뭔가를 먹고서 책을 읽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