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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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항거한 민족 투사들 중에는 유명한 분들도 계시고, 이름없이 스쳐 지나간, 그야말로 백의종군 식으로 스러져간 분들도 많다. 이 중에서도 여성 항일 투사는 더욱 숨겨져 있었던 것이 차라리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인가?

 

누가 알아 준다고 이들이 분연히 일어났겠는가, 이름을 세상에 떨치고 파서 행동에 나섰겠는가. 증인과 증거물이 점점 사라져 가는 이 시간 속에 여자였을지라도 나라 되찾겠다는 일념은 그 누구보다도 뜨거웠고 강했었다는 것을 그녀들의 항일 투쟁사가 보여주고 있다.

 

최근들어 <잃어버린 한국의 근현대사> 라는 책을 통해서, 평소 알지 못했었고 접할 수 없었던, 그것이 이념의 문제였었기에 더욱 가리워져 있었던 조선 공산당의 실상에 대해 알게 되었다. 불운한 시대에 태어나 조국을 되찾기 위해 일본에 항거했고, 해방이 되자 뜻하지 않은 상황에 맞딱뜨렸던, 죽음마저도 불꽃 같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거기 있었다. 그토록 원했던 해방된 조국이 그들에게 보여준 것은 이념으로 맞서 갈라진 상황이었다. 불행했던 그들의 삶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게 했었다. 그 사람들 속에 조선의 딸들이 거기에 있었다. 나라 찾는다는 일념 하나 만으로.  이렇게 알게 된 몇몇 항일 투사들, 정정화, 김명시, 주세죽, 이화림 이 분들의 이름은 처음이 아니게 되었다. 사실, 유명한 몇 분들만을 제외하면 이 책에 언급되는 대부분의 분들이 낯설다.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인들이었기에 어쩌면 더 고난 속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더 열악하고 더 견딜 수 없는 순간들이, 남정네들이 느꼈었던 것 보다도 더 자주 닥쳤을지도 모른다. 여자였기에 아이들이 있는 엄마로서 그리고 아내로서 또한 한 집안을 책임지고 있던 며느리로서, 1인 3역을 다 해내야 했던 시절에 나라 되찾는 임무까지 더해서 그들의 부담은 더욱 컸었다. 게다가 임신한 몸으로 야밤을 틈타 국경을 넘기도 하고, 임무 중에 일본 경찰을 피해 달아나야 했던, 이중 삼중고를 견뎌 내기도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지켜냈고 투사로서 싸웠다.

 

양반가의 며느리였던 김락,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윤봉길 의사의 뒤에서 의거를 도운 이화림이 있었다. 여자 안중근이라 불렸던 남자현,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여인네들이었어도 당차고 매서웠다. 직업도 다양했었던 것도 눈에 띈다. 그 당시 최초의 여자 비행사 권기옥, 해녀였던 부춘화, 기생이었던 김향화, 노동자로서의 강주룡 등, 항일 운동에는 직업도 귀천도 가리지 않고 각계각층에서 활약을 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연약한 몸이었지만 뒷전에 있지않고 무장투쟁으로 일관했었던 박차정 같은 분도 계셨고 남자들 뒤에서 뒷바라지와 같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암약도 있었다. 중국과 러시아 땅에서도 활약을 했었던, 장군이라도도 불리웠던 투사, 김명시 같은 분도 있었다. 후손인 우리들이 이들을 배울 기회가 없어서 였을 뿐이지 일제 치하의 조국을 되찾기 위해서 피를 뿌렸던 여인들 하나하나 어디에 잘 했고, 더 잘 했고, 가볍다 무겁다 평가할 수 있으랴. 사상과 이념 때문에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던 이유로, 후손들이 다 사라져 버려서 지켜 낼 수 없었던 그들의 발자취, 때로는 사라져 버리기까지 한 그들의 행적, 이 모든 것들이 안타깝다는 말 만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할 뿐이다.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의 그 길을 닦았던 그들을 더욱 널리 알게 하고 그들의 뜻을 기리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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