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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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가 몸이 떨릴 정도로 거대하고 열렬하고 열정적이다.

하나같이 찬사에 찬사를 더 얹지 못해 안달인 것 처럼.

그도 그럴것이, 저자 리베카 솔닛의 약력 또한 눈길을 끌며 대단한 매력을 뿜어 올린다.

사상가, 고전 속의 인물인양 혹은 그 고전들을 이루어 낸 데카르트나 존 로크, 베이컨 같은 사람들처럼 동급으로 클래식하게 다가온다. 마음 속의 신념은 크고 강해서 여늬 보통 사람들은 감히 상상도 해 내지 못할 거대한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서 방금 튀어 나온 것 같은 현대의 사상가 말이다. 이런 매력은 내게, 원제인 < The faraway nearby >를 읽고 나면 솔닛의 작품 한 두개 정도는 꼭 읽어 봐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마저 느끼게 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라고 시작하는 스토리텔링의 구성과 그것이 가지고 있는 힘을 구사해 나가는 그녀의 조용한 속삭임은 그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평범한 에세이처럼 보이는데 어휘나 문장이 뭔가 다른 느낌이다. 흡인력이 강해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었고, 단숨에 읽어가지 못하게 하는 끈끈한 비애도 배경 음악처럼 깔려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에세이스트가 쓴 글과 역사가로서, 비평가로서의 솔닛이 쓴 수필이 가지는 차이점 일까?  더욱 호기심을 유발시키며 그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끌어 들이게 되는 이유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살구, 그녀 어머니가 살고 있던 집에서 따온 살구가 지금은 그녀의 집에서 익어가고 또 썩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살구를 통해 그녀와 그녀 어머니와의 관계를 되짚어 간다. 거울을 들여다 보며 당신의 못난 모습을 불평하듯이 딸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았던 그녀의 어머니는 이제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있는, 예전의 그 분이 아니다. 그녀가 살아왔고 그녀가 겪었던 이야기는 물레에서 실을 자아내어 그 실로 천을 짜 내듯이 살구에서 출발하여 살구로 매듭을 맺는 순환의 과정을 거친다. 세에라자드의 천일야화처럼, 동화 속의 이야기 들처럼 그녀의 생각 속은 마치 바다처럼 넒고 깊기만 해서 그 끝이 어디인지를 금방 알 수가 없어진다. 한 단어인 살구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하더니, 한 문장 만으로도 깊고 깊은 우물에서 두레박을 건져 올리듯이 이야기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이야기, 다정하지 않았던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집으로 부터 뛰쳐 나오고 싶었던 시절, 사람들 속에 있기 보다는 책 속으로 도망쳐 들어가기를 더 즐겨했던 그녀, 살아가면서 갑자기 닥쳐 온 질병의 순간도 담담한 마음으로 견뎌 내며,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와의 치열함이 가속화 될 때 구원처럼 그렇게 아이슬란드로 떠나는 기회의 순간을 맞이하던 그때에도 그녀는 여전히 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고독과 감정에 깊이 침잠해 들어가게 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작가가 홀로 들어가 자신이 마주친 미지의 영역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책이라는 신기한 삶이다. 만약 작가가 그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훗날 다른 이들이 그 길을 따를 것이다. 한 번에 한 명씩, 그 역시 홀로 떠나는 여정이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교류하며, 작가가 닦아놓은 길을 가로지른다. 책은 고독함, 그 안에서 우리가 만나는 고독함이다.(86쪽)

 

 

버마 승려들의 시위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던 장면은 마치 눈 앞에 그녀가 있는 것 처럼 느껴졌고,  친구가 죽기 전까지 병원 벽에 만들어 낸 작품 속의 붉게 이어지는 끈에서 그녀는 연결성을 찾아낸다.  숨 쉬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섬들 까지도 그녀가 마음에 두었었고, 줄곧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결국 삶이라는 끈이었다.

 

살구 속에 스며있던 이야기를 하나 씩 풀어가는 연결성의 방식이 좋았고, 그것이 어느덧 다시 제자리로 순환하여 돌아오는 그 마무리가 좋았지만 그것이 꼭 끝이 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딘가에서 살짝 들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사물, 어느 한 사람, 어디 하나 이야기 없는 곳은 없다는 그녀의 생각에서도, 나의 무엇에, 나의 어딘가에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지도 생각해 보게 했다.

무엇보다 격조 높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 에세이는 에세이를 읽는 독자의 안목도 한층 더 올려 줄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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