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 도시 이야기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6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평점 :
디킨스의 작품, 위대한 유산을 읽었던 이후 두 번 째로, 내가 만난 작품이다.
위대한 유산을 읽으면서 스토리 구성의 단단함과 등장 인물들의 특이한 행동과 심리 등이 가히 고전 작품 스럽게 다가왔었기에, 그 작품을 썼던 작가의 이름도 새롭게 내게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두 도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디킨스를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역시 범상치 않은 등장 인물들, 프랑스와 영국의 두 도시를 오가며 벌어지는 인간의 행동과 삶이 1700 년대의 시대적 배경과 어울리며 다가왔다. 사실, 성인용으로 번역된 책을 읽었었어야 했다. 도서관에서 늘 볼 수 있었던 그 책이 내가 읽으려던 그 시간대에 하필 서가에 꽂혀 있지 않은 바람에 그 대신 청소년 용으로 접하게 되었고,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읽고 난 후 역시 등장 인물의 세세한 심리 부분의 묘사 라든지 분위기의 상세함이 녹아 있지 않은, 그래서 아쉬워졌던 부분이 생겨 버렸다. 큰 그림만, 요약본을 읽은 기분 이랄까, 시간적으로는 빨리 읽을 수 있었으나 in details 를 원하는 독자라면, 그래서 더 깊은 맛을 알고 싶어 한다면 꼭 성인용 번역책을 읽기를 권한다. 그 보다 더욱 디킨스에 가까이 다가 가고 싶다면 당연히 원본 책으로 읽어 보길 추천한다.
그의 문장은 섬세하면서도 깊이 있고 내용이 재미있는데다가, 아쉬울 느낌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할 것이 분명하다.
"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였다. 무엇이든 가능해 보였지만 정말로 가능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혼란과 무질서,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영국은 턱이 커다란 왕과 얼굴이 못생긴 왕비가 다스리고 있었다. 프랑스를 다스리는 왕 역시 턱이 컸지만, 왕비는 매우 아름다웠다. 두 나라 왕들은 호화로운 궁전 안에 머무르며 마냥 행복하게 지냈다. 이들은 자기 나라의 백성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단지 왕이기 때문에 백성들은 무조건 자신들을 사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그럴 거라고 믿었다. 또한 자신들의 권력과 지위가 언제까지고 안전하리라 여겼다.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백성들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첫 문장부터가 마음을 사로 잡는다.
지배층과 백성 사이의 간격이 도를 지나쳤음을 보여주며 인간이 하려고만 들면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바가 없는 혼돈의 시대이자 그만큼 역동적인 시대 였다는 것을 이 한 마디 속에 모두 포함하고 있는 듯 하다. 음울하고 회색 구름이 잔뜩 드리운 하늘 그 너머로 어떤 빛이 존재하고 있을지 그 누구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 이야기 속에는 사건을 이끌어 가는 사람과 당하며 이끌려 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무엇이든 가능했던 사람들과 무조건 발 밑에만 있어야 했던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일어나는 사건도 과격하고 크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은행원인 자비스가 있다. 그의 고객들에 관한 안전까지도 책임을 지고 있는 은행원이란 우리에게는 낯설 수 밖에 없지만 그 시대 고객들의 예금을 보장하고 관리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들의 이런 행동에는 일리도 있어 보인다.
마네트 박사, 어이없이 끌려가서 18년 간 정치범 수용소에서 갇혀 있다가 자신을 잃어 버린 상태로 현실 속으로 복귀한다. 그에게는 딸, 루시가 있고 감옥에서 풀려 난 후로도 계속 구두 만드는 사람 이라는 착각 속에 과거와 현재를 왕래하며 살아간다.
프랑스 귀족 에브레몽드 가문의 찰스, 모든 귀족이 평민을 괴롭히던 사건이 휭횡할 그 당시 제대로 된 인식을 지니고 있던 그는 가문을 버리고 이름도 바꾸고 살아가지만 간첩이라는 명목으로, 귀족이라는 이유로 여러 번의 재판을 받지만 그 때마다 극적으로 풀려난다.
이 쯤되면 얼마나 긴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을지 독자들은 이미 짐작을 할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한 가정은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을 찾기 위해서 주변 인물들의 끝없는 희생이 뒤따라야 했다는 것, 그 희생, 본인의 행복을 우선 했다면 치르지 않았어야 할, 그랬다면 또 다른 이야기 속으로 진전 되어 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것, 그래서 인생은 수도 없느 선택과 상황이 놓여 있고 그 길을 뚫고 지나가 끝내는 행복 이라는 결말에 당도하게 되는 것 이라는 이야기가 책 속에 녹아 있다.
요약본을 읽는 느낌이었지만 충분히, 행 간을 추측해 가고 상상해 가는 재미도 있었음은 분명하다.
디킨스의 작품은 그래서 명작이고 읽어 둘 만 하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