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홀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아서 사람들은 함께 하고 싶어한다. 가족을 이루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인생에서 밟고 지나가야 하는 정당한 수순 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그것마저도 당연하지 않게 되어 버린 세상이 온 것일까?

살아가다 보니 부딪히며 살게 되는 장애물이 참 많기도 하다. 상처받은 몸과 정신을 쉬고 위로받아 다시 기운을 내어 사회 속으로 뛰어들어 가도록 하는 역할이, 힘든 생활 속에서 그럼에도 에너지를 주는 원천이었던 가족들이 이제는 변질되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어떤 방식으로든지, 함께 살며 행복하지 못한 상태를 지니고 있는 집단으로 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가족 이라는 이름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서로에게 폐를 끼친다, 혹은 정상적으로 행복을 추구할 수 없게 하는 조건인 상태, 우리가 예전에 알아오던 그 가족으로써의 모습은 더 이상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폐를 좀 끼칠 수도 있고 가족의 이름으로 받아주고 수용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가족이니까 인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아버지 어머니 아래의 자녀들, 부모 자식간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복종해야 하는 분위기, 폭력이 사용되는, 제대로 살 수 없는 환경 속에서의 가족을 진정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작가의 가족 상황은 여늬 가족의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녀의 어린 시절, 군인이었던 아버지, 무조건 복종만 하던 어머니, 그런 일들이 쌓이고 불만이 커져 갔던 삶들의 집합은 그녀에게 일찌감치 가족이라는 환상을 깨게 하고도 남았던 것 같다. 그럴만한 사회 분위기였던 시대를 살아왔었던 탓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 전후 일본의 사회, 전쟁에서 패했고 군인이었던 저자의 아버지의 행보, 오빠와도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다정하고 애틋한 가족은 절대 아니었던 저자의 가족 상황이 저자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더욱 생각해 보게 했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정상적인 가족 안에서 행복한 사람들은 작가의 표현과 생각에 찬성하지도, 동감을 가질 수도 없을 지도 모른다. 그 사람들은 진정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이다. 건강한 상태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병에 걸린 몸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고난을 크게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 처럼.

나만 이런 건가,라고 생각하는 사람,  불행한 가족 생활 속 그런 환경에 있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가까이에서 힘이 되어 주어야 할 가정 속에서 있지도 못하고 불행 할 때, 가족이 변하고 있음을, 역할이 잘못되고 과잉적인 생각과 행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저자는 스스로 생각해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되짚어 보며 독자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