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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태안 ㅣ 오늘은 시리즈
김미정.전현서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평점 :
동해나 남해 바다에만 익숙해 온 내 눈은, 바닷물이 손에 닿기까지 저멀리 멀찍이 떨어져 있는 바다를 향해 줄달음질을 쳐야만 하는 서해안은 확실히 다른 모습으로 내게로 다가온다. 모래가 곱게 깔려있는 백사장의 모습 보다는 진득한 뻘이 펼쳐져 있어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쉬이 내지 못하게 하는, 서해 바다 저 쪽, 태안을 책으로 만났다.
읽고 쓰는 일에, 이야기꾼으로 일가견이 있는 두 저자가 맛깔스럽게 태안의 곳곳과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올 여름에는 멀리 떠나지 못했던 내게 여행 책은,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도 느낄 수 있는, 떠날 수 있는 설렘과 눈요기를 선사해 주는 고마운 책이다. <오늘은 태안> 덕분에 태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도 더 자세히 태안을 알고 있게 되는 건 아닌지.
버스 터미널에서부터 정말 떠나듯이 시작하는 구성이 홀가분 하게 편한 복장으로, 큰 가방 없이도 훌훌 떠나는 느낌을 더한다.
살면서 한 번도 스쳐 본 적 없었을 사람들과의 엇갈림, 하나 둘 씩 그들 사이로 지나가며 몸으로 부대끼지는 못할지언정 역시나 사진이 주는 시각적 위력이 적지않아 그 틈을 메워준다.
터미널, 가로수, 바다, 포구, 해변의 정자, 나무 그리고 사람들의 사진. 걸으면서 앞서고 뒤에 있던 어느 누군가를 담은 모습들이 지면에 띄워져 여행의 기분을 살려준다.
여행 에세이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이라.
어딘가에 다녀오고 제자리에 돌아 왔을 때에도 남는 것은 사진 뿐 아니던가 바로 그것 처럼.
조금씩 음미하듯 책을 읽었다.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 이동할 때 처럼 그렇게.
오랑캐 쳐들어 오는 것을 막았다던 일곱개의 섬, 칠뱅이. 태안 해변의 모래언덕인 신두리 사구. 검은 기름으로 오염되었던 그 때를 기억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유류 피해 역사 전시관. 정동진이 있었는데 여기에 정서진인 만리포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직접 발 닿고 싶은 곳도 생겨났지만 낭금 갯벌에서 자염을 만드는 것을 보고서 그 소금 맛이 궁금해서 태안 자염을 직접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천일염 소금에 길들여져 있었지만 태안 낭금 갯벌의 바닷물을 끓여 만든 자염이라는 글을 읽고서 맛이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글자 그대로 자염의 화려한 부활이 내게서도 일어난 셈이다.
1구간 부터 7구간까지 해변으로 걸었다가 숲 길로, 산 길로 태안을 전체적으로 두 발로 걸어가며, 사람들을 만나면 유래도 듣고 한가롭기도 하게 여행다운 여행으로 알차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만큼 태안 속에는 구비구비 옛 이야기들이 많이 얽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태안에 얽힌 이야기들, 바다 냄새,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접하고 싶은 독자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