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홍신 엘리트 북스 9
서머셋 몸 지음 / 홍신문화사 / 1992년 4월
평점 :
절판


생각할 거리를 자꾸만 전달해 주는 소설이다.

 

고등학생 때던가, 대학교 때던가 이 책을 읽었었던 그 때에는 왜 가만히 잘 있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진짜 느닷없이 다른 길을 선택해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라지다시피 가족들에게서 훌쩍 없어져 버리는 것일까,  그 때에는 그렇게까지 깊이있게 생각도 들지 않았었지만 우선 이해도 되지 않았었고 그런 주인공의 행동이 그다지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을 때였었다고, 지금은 생각해 본다. 이번에 다시 손에 잡고 읽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그만큼 세월이 흐르면서 뭔가가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게 한다.

 

찰스 스트릭랜드, 소설 속의 주인공 같은 사람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평범하게 살고자 하고 눈에 뜨이지 않는 삶, 그저 가족끼리 단란한 그런 행복을 꿈꾸는 소시민적 생활을 벗어나고자 하는 용기, 혹은 결단 같은 것을 자주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을까?

 

평범하게 직장 잘 다니면서 결혼 생활에도 아무 잡음없이 아이들 잘 기르는 가장의 역할. 아무런 문제도 보이지 않고 남에게 들려오는 골치 아픈 말도 없고, 이러면 잘 살고 있는거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스트릭랜드, 그 자신에게 있었다.

다른 사람들, 같이 살고 있는 부인조차도 전혀 낌새를 못 느낀 그 무엇, 그의 내부에서 치고 올라오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평범한 것이 아님을.

 

아무런 말도 없이, 내색도 한 번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파리로 떠나 버린다. 이 대목에서는 정말, 무서울 것 같다. 왜, 라는 의문만 남기고, 그 후로 소식 한 번 없이 그대로 사라져 갔으니, 죽음이 갈라 놓은 것 보다도 더 한, 어떤 배신감 같은?   이런 상황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인이 있긴 할까? 그런데, 스트릭랜드의 부인은 참 잘 버텨낸 것 같다. 그런 이상한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잘 살아낸 것 같다.

 

스트릭랜드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있긴 있다.

이것이 그럼에도, 소설이니까 망정이지 현실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의 입장이라면 이런 식으로 완전 소식을 끊어 버리는 사라짐 이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긴 하다. 가족과의 평범한 삶이냐, 꿈을 따라 가라는 보이지 않는 목소리에 대한 순응이냐를 놓고 볼 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면 완전히 묻어 버리는 쪽을 택하는 것이 선택한 삶에 충실, 전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어정쩡하게 양 다리를 다 걸쳐 놓고는 몰두 라는 의미는 없어질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데, 재능의 문제.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생을 걸고 죽을 때 까지 오직 그것 하나에만 온전히 걸 수 있다는 것, 요즘 우리는 이런 결심을 할 수나 있을까?  길거리에서 굶고 비참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그 길만을 향해서, 그것만 보고서 온전히 살아 낼 수 있는 용기는 존재할까?

 

또 한 사람의 입장에서, 그가 병에 걸려 있을 때, 천재라면서, 싫다는 아내를 겨우 설득시켜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온갖 간호를 다 해 살려 내었지만 결국에는 아내까지 빼앗기게 되는 스트로브 라는 사람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진정한 인간애를 실천했던, 천재를 알아보는 유능한 사람의 봉사였을까, 아니면 참으로 어리석었던 선택이었고 쓸데없는 짓으로 자신의 인생까지도 말아 먹은 천치같은 사람으로 봐야 할까.

 

그리고, 장래가 촉망되던 아브라함 이라던 청년의 행로에서, 진정한 행복과 성공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를, 그의 삶을 통해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도 되지 않았는지.

 

타이티에서의 스트릭랜드의 아내로서의 삶, 아타, 끝까지 헌신적이었던 그녀.

 

각자의 신념에 따라 삶의 방식과 색깔이 달라서 생각할 점을 많이 갖게 해 준 책이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몰랐던 그런, 인생에 대한 의문들이 폭포수 처럼 생겨나게 해 준, 깊이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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