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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 - 엎드려 울고 싶을 때마다 내가 파고드는 것들
한수희 지음 / 웅진서가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기분이 가라앉거나, 늘 해 오던 일에서도 재미가 나지 않고 앞으로의 삶도 잘 보이지 않는 채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일상의 틀을 깨려는 것이었단다.
일찍 눈을 뜨고, 직장인들의 덩어리 속에 묻혀 통근을 할 때의 그 심정, 영혼이 병드는 느낌이었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똑같은 전투 같은 삶을 치뤄내야 하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우울한 마음으로 항상 지나가던 그 길, 일 터를 향해 가는 그 길목에 있던 샌드위치 가게, 은행, 낯이 익은 그 거리. 어제 지났던 그 길을 오늘도 그대로 답습하며 똑같은 시달림과 변함없는 긴장, 짜증, 스트레스가 ... 쌍둥이들처럼, 일과의 고통 속에서 소리없는 비명을 질러대는 것 같았던 그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 길을 언제쯤이면 가지 않게 될까, 다시 오지 않을 길이라고 미리 예정되어 있다면 그리워 질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가던, 그런 생각으로 가라앉는 기분을 끌어 올리던 그 날, 그렇게 저자의 책 이름처럼 우울할 때의 반짝 하고 힘을 내게 하는 생각이 되어 주곤 했었던 날도 있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비슷한 삶의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것이 생각도, 느낌도 비슷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힘들 때 마다 읽었던 책 들, 영화들을 둘러보며 아, 공감된다, 이 책, 이 영화... 그랬다.
리스본 행 완행 열차는 저자가 요약해서 설명해 준 부분을 다시 읽어가며 더욱 내게로 가까이 다가온 느낌도 들게 했다. 소설을 요약하는 저자의 능력에 눈을 더 크게 떴었다.
저자는, 떠나버린 사랑에 대해서, 불확실한 현재에 대해서, 늘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 무엇이 될 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서,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파고 들었던 책과 영화 속에 현실 속의 자신을 대입시켜 본다.
우리가 책을 읽고 영화에 감화되는 것의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나 생각도 해 봤다.
그리고 위로가 되는 책과 영화, 나 만의 책과 영화가 될 만큼 기억에 남고 마음을 울렸던 그런 것들이 있었던가 뒤돌아 보게도 했다.
책이 참 예쁘다. 자그마한 크기에 꽃으로 디자인이 된, 은은한 향기가 배어있는 듯한 모습의 책이다.
예쁜 노트,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손에 꼭 쥐고 싶은 마음이 들 만한 책이다.
핸드백 속에 쏙 집어 넣고 틈 날 때 마다 꺼내어 저자의 지저귀는 듯한 문체에 흠뻑 빠지기 좋은 예쁘장한 책,
나도 마음을 울리는 영화 한 편, 소설 한 권 더 보고 싶게 하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