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쓰다

마음필사 -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명시 따라 쓰기 ㅣ 손으로 생각하기 1
고두현 지음 / 토트 / 2015년 6월

"손으로 생각하기"  그럴듯하게 마음을 끌어 당기는 알맞은 단어이다.

늘 머리로 생각한다 라고 한다면 시를 읽거나 암송할 때의 그 감동과 느낌은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일이므로, 생각 쪽에는 머리 부분이 아니라 마음과 가슴이 되는 것인가?

마음필사, 그 마음을 손으로 옮겨 느껴보는 기회를 갖는다.

가슴에 와 닿던 느낌의 언어들을 손을 통해 대신 느끼게 하고 마음을 전달하는 이것은 바로 쓰기를 통해서 일 것이다.

머리로 생각도 하지만 손으로 써 가며 느끼는 일은 그저 읊조리고 읊는 일에서 벗어나 더 큰 감동이 오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 같다.  감각 기관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음으로 해서 느낌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니까 말이다.

종이 위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정성들여 써 나갈 때 펜이, 연필이 종이를 긁어 대는 듯한 사각거리는 소리,

한밤중에 아무도 깨어있지 않고 오롯이 나 홀로 일어나 있는 밤,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던

숨소리 만이 공간과 시간을 채우는 그 때에, 그 사각거리는 혼자만의 동작과 작디 작지만 종이 위에서 흘러나오던

가느다란 소음, 이 모든 것이 내 손으로, 내 손가락 끝에서 만들어지고 전해져 와서 눈으로 귀로 가만가만

흘러들 때의 그 기쁨, 알 수 없이 느껴지던 작은 환희, 아무렇지 않은 걸까, 작은 것을 크게 부풀리고 과대 포장한

것은 아닐까?

속으로만 되뇌어 오던 시 한 구절, 문장 하나에 담겨있는 그 단어가 마음을 홀려 어느덧 그 문장에 자꾸 눈이 가고

기웃거리게 하던 그것을 어쩌면 조금이라도 내 것으로 하고 싶어 자꾸 긁적여 보게 되는 그 행동, 다시 한 번

전해져 오는 작은 소음 속에서 느껴지는 보이지 않는 질감들, 그렇다. 온전히 내 것이다.

내 마음 속으로 쏙 스며 들어가는, 그리고 나 만의 것, 느낌, 마음으로 그 글을 읽는다, 내 것으로 만든다.

우리나라 시인, 외국시인, 우정과 사랑과 인생과 시간의 흐름이 함께 있어 그 어느 것이든 몇 번이고 읽어가며

필사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름다운 글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