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동차 그리는 여자 - 벤츠 최초 여성 익스테리어 디자이너
조진영 지음 / 열림원 / 2015년 2월
평점 :
제목에서 풍겨 나오는, " 자동차 그리는" 이라는 단어 덕분에 자동차 관련 책 인가 할 지도 모르겠다.
자동차를 디자인 하는 여성의 이야기 이다.
자동차 하면 남성 위주의, 남성 세계이기 때문에, 자동차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남성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하는 계통에도 남성들이 우세요, 수 적으로도 남성들이 거의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왔다. 아무리 금남의 벽을 여성들이 깨었다고 하지만 자동차 관련에 크게 진입했을까 라는 생각에서 였다.
저자는 작고 두껍지 않은 이 책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자동차 디자인 이야기는 물론, 그 곳에 다가가는 시작과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 해 주고 있다.
우선,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고, 중 고등학교, 대학은 한국에서 모두 마쳤다. 어릴 때 미국에서 살면서는 정체성 문제로 약간 혼란스러웠을수도 있었겠고 돌아와서는 우리나라 학교에 어떻게 잘 적응 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여기에서는 크게 논하는 것은 없다. 교육관련은 대학 이후의 생활에 중점을 두고 서술하고 있다. 앞으로 무엇이 될까 선택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자유롭고 많은 선택권을 가진듯한 특별함이 엿보였다. 우리네 방식으로야 학교와 성적, 취업 잘 되는, 돈 많이 버는, 안정적인 방향으로 우선 고려해서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는 반면에 그녀는 장래에 무엇이 될 것인가를, 하고 싶은 방향 쪽에 눈을 두고 생각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가를 선택해서 미대에 진학을 하고, 순수예술/상업예술 의 갈림길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상업예술을, 다시 시각/산업/패션 디자인으로 나뉘는 세갈래 길에서 산업디자인을 선택했고, 이것이 자동차 디자인의 길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학부 시절의 졸업 작품, chanel fiole, 샤넬의 런웨이에서 모델이 아니라 자동차가 등장한다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이 자동차 디자인이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영국 왕립 예술 학교에서 유학할 때에는 직접적으로 디자인을 배운 것이 아니라 프로페셔널 디자이너가 되고, 상대방에게 어필하는 것을 스스로 터득하는 그런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2015 년의 젊은 층을 목표점으로 하는 현대 소형차 디자인 프로젝트에서 심플하고 절제된, 우아한 한국적 미를 강조했고 1등을 한다. 브리티시 센터너리 어워드에서는 3등 안에 들게 되면 디너 파티에 초대를 받는다 했다. 동양인이며 여자인 열세를 딛고 우승, 앤 공주와도 대화를 나눴다 한다. 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귀족들이 교통 체증을 피해 버스를 타던 그 밤을 잊을 수 없다고.
포르쉐 인턴십을 하면서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고, 보수적인 회사였지만 저자는 929 porsche sharing car를 디자인 해서 RCA 최고 영예인 콘란상을 수상한다. 졸업 작품 전시회는 자동차 회사들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회사들에게서도 인터뷰 제안을 해 오기도 하는 자리가 된단다.
"포르셰의 디자이너들은 럭셔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럭셔리를 디자인 할 수 없고, 레이서를 이해하지 못하면 스포츠카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의 모든 것들을 디자인과 연결시키고 그런 삶을 즐긴다. 그러다보니 디자인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프로페셔널, 그 자체다." 171쪽
재규어, 랜드로버, 르노, 피아트, 마세라티, 롤스로이스, 벤츠 등 많은 자동차 회사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았고 BMWi 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꿈 같은 직장임에 분명한데도 전통적인 디자인을 배우고 싶던 욕망이 채워지지 않았고, 확실한 배움과 경력이 필요하다 생각했기에 초조하기만 했단다. 꿈에 그리던 자동차 디자인 일을 멋진 일터에서 시작했지만 이렇게 깊이 자신의 길을 다시 생각해 보는, 그리고 쉽지 않은 구직 과정에서 이렇게 고심하면서도 이직을 하려던 그 결심, 진취적인 자세 같은 것이 배울만한 인생의 자세였다고 생각 되었다.
마침내, 전통적인 디자인 그 자체인 벤츠로 이직하고, 모든 것이 성공적으로 보이는 그녀이지만 몇 번의 실수도 있었고, 그 실수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기 위해 애썼다. 자신감과 자만심이 가득 차 있었을 때가 있었다면 누구보다 더 뛰어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는 것을 깨닫는 그 자세, 인생에서 또한 필요한 교훈이기도 하다.
"가라앉을 것이냐 수영을 할 것이냐"
계속 헤엄쳐 가겠다고 대답했었던 그녀.
이 책은 저자의 말마따나 이야기 거리가 풍부한 삶을 기대하듯이 다른 사람들도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판을 깔아 준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스위스, 이탈리아를 당일 치기 여행으로 다녀 올 수 있는 지역에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의 이야기로 부터, 나의 세계와 경험과 다른 사람들에게 말 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를 준비하고 쌓아가는 태도를 재점검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