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염소
오인숙 지음 / 효형출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이런 스타일로 시작하고 끝날 줄은 몰랐다.

 

서울 염소 라는 제목이 내포하고 있는 뜻을, 글과 사진이 들어가기 전에 읽었을 때의 느낌은, 아... 이랬었던가?  하면서,

책 보기 전의 예상과 전혀 맞지 않음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이미 내 마음의 방향은 길을 잃어 버렸다.

 

모든 생각과 선입관을 무너 뜨린 채 작가의 글을 차분하게 읽어 갔고, 그 속에 묻혀있는 엄마로서의, 아내로서의, 시부모 라는

단어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 모든 역할을 다하고자 애썼던 열의와 다짐과 각오가 수면 위로 점점 떠올라 오르고 있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에서의 감동, 그 출발선이 너무 사소하고 일상적이어서, 흔한 감정으로써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았던 그 느낌이

점점 거세어지고 있음도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내면, 깊이, 표현하는 그 차이가 어디에 있을까.

무작정 사진만 나열되었더라면 어땠었을까 라는 생각에도 미치게 했다.

 

그랬었다. 오로지 사진들만, 그것도 남편 이라는 한 사람의 남자를 조명했다. 그렇다면 이 남자는 참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자신을, 자신만을 앵글에 담아 오롯이 표현해 낸 한 여자가 있었으니 이 또한 살아감 속의 기쁨이 되지 않겠나, 생각했었다.

 

아, 그러나, 아니었다. 한 사람 만의 사진이 아니라 한 덩어리, 가족의 이야기 였다.

우리들에게 영원히 남겨주는 행복의 원천, 그 출발점, 기본적인 단위인 한 가족의 스토리가 차츰차츰 발전해 가며, 한 점에서

하나의 덩어리로 진화해 가는 듯한 느낌으로다가 커져 가며 다가오는 스타일 이었다.

 

가족의 이야기 라 차라리 덜 부끄러울 것 같았다. 한 남자에게만 조명을 밝혔다면 얼굴이 수줍은 모습이거나, 들이대는 카메라를

똑바로 볼 수나 있었을까 싶기도 했으니까...

 

그녀는 그녀 아이들과 남편을 이야기 하면서 그녀 자신을 바라보고 스스로를 알아간다고 했다.

 

그녀 남편의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와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과거가 존재했고, 현재가 여기 있게 했다. 81 쪽 에서 83 쪽에 걸쳐 나오는 그들 부부의 삶의 힘겨움은

그들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시간이 얼마나 더 흘러야 그를 놓아 줄 수 있을까"  라는 모든 서울 염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로 연결지으며 넘어간다.

 

그렇게 모든 것을 두 손에서 내려놓고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를 외치며 가족 여행을 가고, 시골 집을 수리했다.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삶을 지속할 수 있다면 이들처럼 동그라미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염소가 될 수 있을까?

 

그녀와 남편, 아이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지막 장 으로 마무리 하지만 그녀의 사진들은 왠지 모를 동감을 안겨준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비끄러 매어져 있는 염소 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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