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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철학 - 질문으로 시작하여 사유로 깊어지는 인문학 수업
함돈균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주변을 둘러보면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 까지 온갖 종류의 사물들이 넘쳐 난다.
문학 평론가이자 문화 비평도 하는 저자는 이 갖가지 사물들을 하나 씩 건져 올려
사물을 통해 사유하고 새로운 생각으로 탄생 시킨다.
주변 사물을 통한 깊은 사유법, 재미있으면서도,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생각의 꼬리를 잡고 깊이있게 진전시켜 가는 방식이 좋았다. 사물에 따라 독자의
편의대로 아무 페이지나 잡고 읽기 시작해도 전혀 무관한, 순서와 관련 없는
책 읽기를 하면서 독자의 생각을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소재에 있어서도 제한이 없고 어디든 넘어갈 수 있는, 생각을 가로 막은
울타리도 없다. 자유로이 넘나들며 옆으로든 위 아래든 생각의 나래를 활짝 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제한도 없고 한계도 없는 것은 바로 사물에서 출발한 생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넘겨 가 버리는 소재는 없는지, 작가가 간과해 버린 사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독자 스스로 파악해 보고 그와 관련된 사물 철학도 해 볼 만 하리라.
사유의 주인은 따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더욱. 작가처럼 사유해 보고, 글을
지어보고, 도달해 본 생각이 있다면 하나 씩 모으고 묶어 두는 것도 좋은 결과물이
되지 싶다.
작가가 선택해서 사유 해 본 선택 중에서 경첩은 특히 개인적으로는 유난스런 사물이다.
영어로 hinge 인데 뜻이 경첩이라 처음엔 그 낯선 단어에 대한 쓰임새가 무척 궁금
-했었고, 그 뜻과 사용에 대한 것을 알고 난 이후에는 대체 그 이름을 왜 경첩 이라
했을까 갸웃거리기 까지 했었으니까 말이다.
내게는 참 인상적이었던 그 단어, 사물이 없어서는 안 되는 요긴한 것임에 더욱
기억에 남는 사물이었음에 작가의 사물 사유 중에 포함된 탁월한 선택 이었다
생각했다. 나 로서도 할 말이 좀 남아있는 독특한 사물이기도 했었는데 여기에서
경첩이 서술되어 있는 것을 보는 순간 눈이 빛났었다.
이처럼 88가지의 사물을 작가는 다양한 시선과 새로운 생각으로 풀어 나가고,
한 단락씩 읽어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루에 몇 가지씩 마음 내키는 대로 골라서 읽어 나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
그만큼 생각하는 주제와 범위도 넓혀 가며 사유할 수 있을 것이니 생각의 맛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