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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 당신이 피할 수 없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
데이비드 에드먼즈 지음, 석기용 옮김 / 이마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흔히, 나와 다른 한 사람, 두 사람이 한꺼번에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누구를 먼저 구할 거야? 라는 질문으로, 상대방의 충성심, 헌신, 애정의 정도를
판단하고자 질문을 하곤 했던 것을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배반할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일 경우에는 누구를 먼저 구하느냐,
먼저 구하지 않고 나중에 구한다는 전제는 바로, 순번에서 두 번째로 밀려 난다는
중요성에 있어서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또한 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사느냐, 죽느냐의 생사의 기로에도 관련이 있어서
이 질문을 받는 자는 상당한 고뇌 속에 빠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를 읽기 시작하면서 트롤리 학에 진입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게 되는 쉽지 않은 분야였다.
낙태와 피임문제를 놓고 태아의 도덕적 지위와 관련하여 옳은 일인지 아닌지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진 상태에서 윤리적으로, 직관을 이용해서, 공리주의적 시각에서
사유 실험 ( thought experiment) 을 해 보는 이 트롤리 학은 실제 생활에서도 유사한
문제들 속에서 부딪칠 수도 있는 부분이라 대단히 유익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선이 있는 철로 한 쪽에 5명이 묶여 있고 스위치를 바꾸면 다른 철로에 한 명의
뚱보가 묶여 있다고 친다. 5명의 목숨이든 뚱보 한 명의 목숨이든 소중하기는 마찬가지인데
트롤리가 다가가면서 5명을 죽이게 할 것인가, 지선을 바꿔서 뚱보 한 사람을 희생시키고
5명을 살릴 것인가 라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사유 실험의 기회를 던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생명이 걸린 한 가지 속 두 가지 선택의 기로, 딜레마에 빠져 들게 한다.
독일의 U 보트 잠수함을 격퇴시키기 위해 바다에 빠져 있는 생명들을 구하지 못한 채
포기할 것인가, 유괴범의 자백을 빨리 받아내어 유괴된 어린이의 행방을 찾아내기 위해서
유괴범에게 고문을 가해야 할까, 전쟁 종식을 위해 일본에 원자탄을 투하하라고 했던
트루먼에게 명예학위를 수여해야 할 것인가 등, 이미 과거 속의 딜레마들의 이야기들도
트롤리 학을 이해해 가며 독자들에게 사유의 시간을 주기도 한다.
큰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작은 집단의 이익 쯤이야 희석시켜도 좋을 것인지, 여러 명의
생명을 살리자면 한 명의 뚱보 정도는 희생해도 될 것인지, 이런 명제들의 정확한 답이
없는 만큼 도덕적, 윤리적 행동의 결정을 내리는 연습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실험들을 고찰해 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현실 속에서도 크고 작은 딜레마에서
응용할 수 있는 사유의 근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봤다.
이런 흥미로운 상황들이 많이 등장해서 트롤리 와 사유 실험의 이해를 도와 주기도 하지만
그다지 손쉬운 책은 아니다.
어떤 장(chapter)을 먼저 시작해도 읽기에 어색하지도 않고 관심있는 부분부터 찾아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니다. 처음 1 페이지 부터 하나씩 밟아 순서대로 읽어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사유 실험의 윤리적, 도덕적인 문제와 시발점의 의도도 고려 되어져야 함이
선선히 받아 들여지게 되고, 트롤리 학이 갑작스레 튀어나와 공격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게 될 것이다.
트롤리 사유 실험의 응용 부분에서는 더욱 놀랄만한 사회적인 현상의 해석과 설명도 따라 붙어
제시해 주고 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스위치를 누르며 선로를 바꿀 것인지 뚱보를 밀어 뜨려 결과를 바꾸게 할 것인지에
미치는 도덕적, 윤리적인 문제, 뇌와 관련된 판단과 행동의 문제, 여러 각도로 연결지어
해설하고 연구 중인 측면을 바라보는 재미도 크다. 물론, 이와 관련지어 독자에게는
실생활 속에서의 딜레마에서도 생각 해 볼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하며, 사유 실험 속
트롤리 학에 푹 빠져 보기를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