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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저자, 필립 로스는 내게, 그의 작품 <울분>을 통해 잔잔한 감동과 인상적인 내용으로 파문을 일으키며 다가왔었던 작가였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전락은 내게 쉽지 않았다.
이런 식의 화법은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 드라마에서나 진부하게 다가 설 수 있는 내용 중 하나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었고, 중간 부분 쯤에서 그만 여기까지~! 라고 하며 접고 그만 중단 하려고까지 했었다.
젊었을 때에는 열정적이고 재능있는 연극 배우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연극 무대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었고, 어느 날 인가는 느닷없이, 공연 중에 연극의 흐름을 따라 가지 못하고
한꺼번에 능력을 상실한 것 처럼 멈춰 선다. 기억력이 감퇴 했거나 어떤 병에 걸렸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후로 그는 언제 그렇게 재능 넘치고 열정 있었던 연극 배우였었나 싶게 연극 무대에 서기 조차도 두려워하고, 그가 가지고 있던 자신감을 통째로 상실하면서 실의에 빠진 나날을 보내던 중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렇다, 자신있게 삶을 표현해 가며 자신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유명인으로 살다 한순간에 그렇게 바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연예인이나 공인으로, 여늬 평범한 사람의 삶이 아닌 유명인으로 살아가다 보면 그들 만의 인생 흐름은 좀 다른 면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남다르겠지만 본인 만이 느껴오던 그 리듬감이 하루 아침에 달라져 버렸을 때의 그 느낌이야 평범한 사람의 그것과는 차별화 되어 있으리라.
정신 병원에서 미술 심리 치료를 받던 중에 알게 된 한 여인, 두 번 째 결혼에서 얻은 성공한 의사 남편과 평범하게 살고 있던 부인이었는데 어느 날, 자신의 딸리 의사 남편인 계부에게 추행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후 심신의 안정을 잃었던 것이었다.
책 제목이 <전락> 이어서 일까?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 어둡고 건조했고 읽어 나가기가 편하지 않은, 탁하고 불편한 이야기의 연속 이었다.
그러다가 읽기의 인내심이 마구 바닥으로 떨어지게 하는 그 다음 우울한 전개.
주인공 연극 배우가 젊었을 때 함께 무대에 서기도 했었던 동료 연기자 부부의 갓난 아기,
그 아기가 자라서 현재 40 대 여성이 되었고, 동성애자의 모습으로 주인공 앞에 서게 된다.
문화적 차이에서 일까? 내가 불편하게 받아들였던 것은?
한국에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의 구조이고, 역시 소설은 독자에게 정답을 줄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긴 한데
여기까지 읽어 온 인내심으로 계속 밀고 나아가 본다.
이 여인은 그동안 같이 지내왔던 여자 친구들을 배신하고 주인공과 짧게나마 사랑하지만 그녀 부모의 반대와 설득 이라는 상황 속에서 서서히 헤어짐을 준비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 여인으로 인해 새로 얻게 된 자신감, 느닷없이 잃어 버렸던 그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었고
다시 연극 무대에 오르겠다는 결심과 심지어 2세를 가질 계획까지 했었지만 갑작스런 이별 앞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삶은 절대 반복해서 살 수 없다. 다른 누구에 의해 자신의 삶을 다르게 만들어 가는 것도, 삶을 지속할 지 멈출지 결정하겠다는 것도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오직 자신의 삶으로써 살아야 한다는 것 밖에는.
주인공의 추락하는 삶을 처음엔 본인 스스로로 부터, 나중엔 한 여인으로 인해 더욱 힘들어 지도록 무게를 가했다.
왜 그랬을까?
그가 극히 정상적인 여인을, 자신과 어울리는 나이에 비슷한 감성을 소유하고 인생의 후반기를 함께 잘 엮어 갈 수 있는 여인과의 만남이었다면 전락에 전락 할 수 있었을까?
너무나 어둡고 우울해지는 이야기의 흐름 속이어서 한동안, 작가는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로 생각에 잠기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