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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당신에게
변지영 지음, 윤한수 사진 / 카시오페아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 하루를 살아 내느라 지쳐 있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따뜻한 차 한잔과 더불어
조용히 내 밀고 싶은 책 한 권을 만났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당신에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가야 한다고,
방향을 잘 보고 제대로 살아가야 한다고 목청껏 내뿜는, 조용한 외침같은 책이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삶에서 무엇을 얻고 잃는지 깨닫지도 못한 채,
어느 순간 탁 멈춰 서 버리는 감정, 정신, 그리고 이성.
부랴부랴 허둥대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고심하지 않게 마음 속의 조언자 처럼
스토아 철학자들의 명상과 그들의 철학을 빌려 고요히 울려 준다.
표지도 아름답고 조용하다.
어렴풋한 안개 속을 홀로 걸어가고 있는 고독한 방랑자처럼 방향등 하나 없이
걸어가는 외로움이 그의 등 뒤로 묻어 나온다.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외롭지 않고 고독하지 않은 이가 얼마나 될까?
앞서 살다간 스토익 철학자들이 남긴 말들이 바로 위로로 넘치고,
토닥거리며 편안하게 해 주는 기분이 바짝 밀려든다.
여기에, 세네카, 에픽테토스, 그리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있다.
앞서 살았던 그들의 삶에서 하나씩 나온 주옥같은 명언들이
편안한 사진들과 함께 나란히 눈에 들어온다.
어렸을 적, 철학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태의 10대 소녀 시절에
우연히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명상록을 만났다.
그의 길지 않은 문장들 속에서 난 적어도, 인생은 짧으니 무엇을 걱정하며
오늘을 버리고 있는가, 오늘이 마치 마지막 날 인듯 살아가라는 그 글들이
어린 마음에 늘 앞일을 걱정하며 살아가던 나에게 마음 속의 큰 울림이 되어
한 켠에 차지하게 되었었다.
다시 만난 그의 명상록의 구절들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게다가 무채색처럼 다가오는 흑백 사진들과 눈길이 복잡해 지지 않는
크고 작은 사진들이 더욱 위로를 가해 온다.
오늘 지친 심신을 작게든 크게든 치유해 주는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생각해 본다.
마치 추운 겨울 날 밖에서 외출했다 돌아 온 내 차가운 손을 마주잡고
입김 호호 불어주며 내 손을 녹여 주던 할머니의 그 따뜻함 처럼.
개인적으로는, 어렸을 적 부터 낯익어 온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더불어
스토아 학파의 또 다른 철학자들의 글들도 접하게 되어 요즘 더욱
스토아 철학에 한 발 더 가깝게 다가 가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그만큼 지쳐 있다는 의미 이던가 싶기도 하다.
저자의 의도가 내게 만큼은 이미 이뤄진 것 같다.
" 현재의 삶은 미래의 그 무엇을 위한 대가가 아니다.
지금의 삶, 그것이 전부다. 더 나은 삶도, 더 좋은 세상도 오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가짜 삶을 살아가는 사이에 진짜 삶은 다만 흘러갈 뿐이다."
5 Dec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