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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짐승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5
에밀 졸라 지음, 이철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평점 :
에밀 졸라 의 인간 짐승 - 숨겨진 내면, 악
무척 두꺼운 두께의 책을 들었을 때, 소설이지만 너무 두꺼워서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첫 인상이 있었다.
그러나 에밀 졸라 라는 위대한 작가 중의 하나가 쓴 책이고 그가 투쟁해 왔던, 신문에 기고해 왔던 이야기들을 묶은 책,
전진하는 진실을 막 끝내었던 터라 저자가 쓴 다른 방식의 책을, 특히 소설 부분의 책을 읽어 보고 싶었다.
철도, 기관차, 기관사들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 만을 소재로 엮어낸 책이었다면 글쎄, 그 전개가 어떠했을지, 좀더
정감있고 사람 사는 향기로 어우러 졌을까? 읽기에 흥미를 유발할 수는 있었을지, 두꺼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을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증기 기관차의 기관사인 남편과 그의 아내, 결혼 전에 있었던 아내의 의문의 행적 등이 발단으로 시작된 한 가정의 불행과
그것이 살인 사건으로 번지고, 마무리 하기 위해서 벌어진 또 다른 기관사와의 연루.
이야기의 도입은 평범한 가정을 평범하지 못한 살인 사건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어떻게 전개 될 것인지의 궁금점을 던지며
폭주 기관차의 속도감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전개 시킴에도 작가의 역량과 표현법에 따라 그 내용의
품질이 달려 있으리라 생각한다.
역시, 졸라 만의 소설 표현법과 그의 사전 기획력이, 특히 기관차의 자세하고도 뚜렷한 묘사에서는 마치 그가
그 직업에서 오랫동안 종사해 오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돋보였다.
덕분에 증기 기관차에 관한, 석탄을 퍼부어 가며 달려가는 방식의 기관차와 그에 종사하던 기관사의 삶도 엿 볼 수 있었다.
살인 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동기가 뚜렷하고 이유있는 목적의 살인 외에 이유도 없는 살인의 존재를 대비시켜
인간 내면에 알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서 숨 죽이고 숨어있는 본능같은 잔학성, 상대방을 반드시 죽이고자 했던,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살인 의지와 살인을 통해서만이 다시 인간다운 인간으로 돌아 올 수 있는
이해 못 할 특성들을 기관사의 아내와의 인간 관계를 통해 그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폭력성이 크게 있었다거나 원래부터 미스터리 범죄 소설도 아니었건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점점 더 빠져들게 하던
의문의 살인 의지력.
평범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어느 인간에게나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로 인해 완전히 달라진 인간의 삶과 사랑이 지나쳐 결국 빗나간 애증으로 번져갔던 여인의 가련한 최후의 묘사까지도
어우러져 인간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악의 모습을 때로는 경악하게, 때로는 이해 할 수 없는 묘사로 끌어 들였다.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끝나고 달리고 있는 증기 기관차와 기차 역사, 그 주위에 몰려 들었다 흩어져 가는 사람들로
점점이 희미해 지는 장면이 마지막으로 떠오르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