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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정원 - 꽃의 화가, 잉글랜드의 고즈넉한 숲과 한적한 마을에 피어난 꽃을 그리다
캐서린 해밀턴 지음, 신성림 옮김 / 북피움 / 2022년 12월
평점 :
"간혹 꽃그림에 건물 스케치를 곁들였다. 건물과 함께 그린 꽃들이 항상 그 건물 안이나 주변에서 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림을 그린 순간에는 가까이 있었다. (중략) 그림들이 서로 보완하면서 영국 전체에 대해 조화로운 인상을 만들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예술적 자유는.... " 서문 발췌
'예술적 자유', 너무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습 아닌가, 싶은 부러운 재주요, 풍요로운 삶에 필요한 감각인 것 같다. 저자는 꽃을 그리는 화가이다. 이른 봄부터 늦여름까지 잉글랜드 이곳 저곳 캠핑카를 타고 머물며 꽃들과 주변 건물을 화폭에 옮겼다. 객관적으로 그를 바라보는 삶이라 할지라도 무척이나 행복할 것만 같은 그런 시간들, 저자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독자로서는 그 행복감이 막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가장 우선, 이 책은 꽃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스케치를 즐기거나 연습하는 독자, 마음의 평안과 위로를 구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눈으로 전해져 오는 행복감과 안정감은 이들 독자에게 선물처럼 전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영혼의 양식같은 수선화를 첫 주제로 실으며 400년도 더 전에 지었던 오두막, 150년 살았다는 등나무, 영국의 봄을 대표격으로 표현하는 잉글랜드 블루벨, 이 꽃들의 집합은 왠지 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자세히 감상하고 싶어서 사진으로까지 찾아보았다.
꽃들을 스케치 한 것 이상으로 여행의 감상도 곁들여 느꼈다. 영국을 표현하는 단어들, 대성당, 대주교, 수도원, 영지 같은, 셰익스피어의 생가에는 골드 윙스가 아직도 피어있고 시인 워스워즈가 8년 동안 살았다는 코티지는 양귀비와 산딸기가 피어있었다. 족히 몇 백년씩은 된 공간들, 그 공간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폈다 졌다 반복하며 건재해 온 꽃들, 주로 야생화와 풀들도 둘러 싸고 있었다.
각 주 마다 특별한 풍습들을 보여주는 소개도 영국을 알게 하는 한 단편이었다. 행운의 요정 픽시, 대문의 문장에 잘 달려있다 하는데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풍요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짚 인형, 우물을 꾸미는 일요일, 이런 소품들과 행사는 영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해 온 전통 속에 녹아 있어서 영국인이 아닌 사람으로서는 머리속 이해만으로는 쉽지 않았다. 시간을 알려주는 웨이크 맨 이라는 것도 있었다 한다. 그런데 리치먼드에 이르자 왕립 식물원 옆 중국식 탑은 뭔가, 싶다. 모든 것에 조화를 줄 수는 없었나 보다.
이런 저런 지역을 둘러 보며 넓은 정원이나 지나가던 골목들을 연상하게 했던, 그리고 그 가운데에 피어있던 꽃들을 감상하는 시간은 적지않은 즐거움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느껴 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