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소크라테스의 말 - 스스로에게 질문하여 깨닫는 지혜의 방법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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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책 한 권 남기지 않고 떠난 소크라테스의 말은 어떻게 전해져 오는가, 그가 했다고 전해져 오는 말들은 진정 그의 말일까, 이런 의문의 순간을 가지면서도 위대한 철학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여기에 담았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주로 발췌하였고 플라톤에게서 전해져 오는 소크라테스의 말임직한 내용도 모았다.


발췌를 하였다는 것은 독자마다 호불호의 문제도 있을 수 있겠다 생각하게 되었는데, 이 부분은 장점과 단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생각해 봤다. 우선, 철학의 입구에서 원문이 어렵다고 여겨질 때에 발췌한 책을 짧게 짧게 대하면서 차츰 스며들게 하는 좋은 점도 있을 수 있겠고, 다른 한편으로는 발췌의 과정 중에 오류같은 것이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끔, 편집상의 오류가 아닐까 여겨지는, 똑같은 문장 발췌를 세 번씩 반복하며 보여지는 구성, 작가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구성상의 오류였는지, 갸웃거리며 생각해 보았다.


"지혜란 무엇인가." 부터 시작하여 "무엇이 가치있고 행복한 삶인가?" 를 마지막 챕터로 두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이 소크라테스하면, 안다는 것, 모른다는 것의 명백한 차이,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 진정한 인생이고 어중간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혹은 모르는 것 조차 모르고 있다는 무지 같은 말이 중심이요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이것을 기본으로 우리의 삶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과 가족, 이웃, 우정과 사랑, 도덕, 돈의 소유와 존재, 정의, 예술, 죽음과 영혼, 신" 같은 주제로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28쪽, 지혜의 가식, 죽음에 대해 두려워 하는 것은 참으로 지혜의 가식이다. 미지의 것을 아는 척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 말대로라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어린아이가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딜 때 삶의 고단함이 얼마나 깊고 넓을 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방긋거리며 웃고, 그 앞에 닥쳐 올 시련의 크기를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내디딜 수 있게 되는 것, 그런 느낌으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시작부터 아는 척 하지 말라,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그 경험을 통하여 생겨난 인생의 피로감, 오로지 싫다, 피하고 싶다, 이미 알아 버린 그 정도의 경험 쯤으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착각, 이런 것 정도로 인생을 두려워 하지 말라, 죽음도 마찬가지, 죽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 않는가, 그러니 두려워 마라, 이런 식으로 해석해도 될 지 모르겠다.



"60쪽, 전쟁과 싸움과 파벌은 어디서 오는가? 육신과 육신의 정욕이 아니면 어디에서 오는가? 전쟁은 돈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발생하며 돈은 몸을 위해 그리고 몸을 위해 획득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결과로 철학에 바쳐야 할 시간을 잃게 된다." 이 문장을 여러 번 되뇌어 보게 된 이유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하기 싫어도 돈을 벌기 위해,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전쟁에 뛰어든 몸인 양 살아가는 일상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바치고 있는 이 시간은 나의 삶의 커다란 일부를 차지하고 이 시간을 바친 댓가로 나의 육신을 영위해 간다는 사실, 그렇다면 나의 시간을 찾기 위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마땅할 것인가, 나를 구하고 나만을 위한 삶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347쪽, 다음 세계로의 여행을 위해, 영혼을 빌린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것으로, 자기 통제로 장식함으로써, 선함과 용기와 관대함과 진실함으로 자신의 영혼을 장식함으로써"

이 부분을 생각할 때에 소크라테스는 혹시 그 시대의 우주 사상, 우주인 사고를 갖고 있지는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환생이나 지구에 갇혀 버린 영혼들, 기억을 삭제당하고 계속하여 반복하는 인생들, 이런 것을 혹시나 이미 느꼈거나 신과 영혼에 대한 실마리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역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알고 있지 못하다, 라고 단정짓는 것이 지혜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짧은 문장이지만 역시 유익함을 느꼈다. 읽는다기 보다는 생각을 길게 해 주는 힘이 있었다. 책 크기도 손에 쏙 들어오면서 많은 내용을 페이지마다 담지 않은 편집으로, 독자들이 한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사유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해 둔 여백도 동시에 느껴진다. 인생의 시기 마다, 혹은 계절이 바뀌는 철 마다, 기회되는 만남마다 사고의 깊이를 더 깊게 할 수 있는 좋은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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