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
이혜림 지음 / 라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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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 깃드는 감정을 끊고 나니, 상처만 주는 인간관계, 고치고 싶던 나쁜 습관, 불편한 감정과 마음 등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의 사슬을 끊는 것도 한결 쉬워졌다." 34-35쪽


제목이 말하는 것만 보아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여태까지, 미니멀리즘을 하고 싶어하던 독자에게도, 추구 해 오고 있는 독자에게도 다시 한 번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옷을 참 많이 좋아하고 정신없이 구입해 오던 사람이었다. 인테리어 소품과 예쁜 것들을 기어이 집으로 데리고 들어오고야 말던 그런 사람이었다. 집은 발디딜 틈도 없이 공간이 사라져 갔고 어느 날 문득 주변을 둘러 보게 되면서 정리에 돌입했었다. 그런데, 이것은 미니멀리즘의 첫단계에서 늘 드는 생각이겠지만 그 행동들이 남긴 영향들은 물건 없애기, 집안 하얀 도화지 처럼 텅텅 비게 만들기와 같은 시각적인 효과만은 아니었다. 마음가짐의 변화는 인생까지도 변화 시켰고, 그 변화가 준 행복과 기쁨, 온전히 나로 살아가게 만들어 간다는 그 대목에서 한껏 좋은 영향을 느끼게도 해 주었다. 마음만 늘상 정리해야지, 그리고 다 비우고 난 후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아 봐야지 하던 독자에게 혹시 몰랐을 그 영향들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마음 속에만 두고 있으면 뭘 하나, 생각만 하면 뭘 하나, 인생은 현실이고 현재인 것을, 이 현재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을, 그런데 그것이 저자의 실천과 결과로 어떻게 되어 간 것인지를 확인 할 수 있는 책읽기였다.


신혼 살림을 남편이 살던 원룸에서 시작하면서 한 사람만의 소유물에 저자의 소유물을 합치게 되고 그 장면은 애써 떠올리려고 하지 않아도 꽉 들어차 버린 방을 연상시켜 준다. 그리고 정리해 나간 저자의 행동을 읽어가면서 참 현명한 사람이구나, 성격도 참 좋은 것 같다, 이해심과 배려심이 느껴졌다. 좁은 방에 두 사람 짐을 어떻하라고, 할 법한 상황이었지만 그것을 슬기롭게 재배치 해 나가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버리고 팔고 이런 것들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 다음 단계인 물건에 대한 애착, 미련이 넘쳐 집착에 이른 물건을 다시 들여다 보게 하는 대목까지 곁들여 소개해 준다.


그것은, 물건 비우기에 이은 생활의 행복, 인생에 대한 어떤 걸리적 거림 없이 훌훌 털어 버리고 1년간 배낭 하나에 모든 짐을 꾸려 세계 여행을 떠난 것이다. 삶을 위한 물건의 양까지도 어느 정도까지 줄여갈 수 있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생에서 남겨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도 잘 돌아 봐 준다. 생존을 향한 최소한의 물건은, 그냥 가장 소중한 목숨 지키기일 뿐 그 어느 것도 반드시, 결코, 이런 수식어를 붙일 물건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은 발리에서 느꼈던 지진에서였고 제주에서 겪었던 화재 사건에서였다. 이 책읽기를 통하여 저자가 가졌던 느낌을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되었다.


물건에서 시작한 미니멀리즘이, 더 정확하게는, 좋아하던 옷을 쌓아두던 행거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그 무게에 압도당한 저자의 느낌을 따라, 그녀의 인생이 어떻게 나아갔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도 들여다 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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