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무슨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소마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깨닫게 하고 싶은 것인지도 잡히지 않았다. 채사장 저자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들에게 스스로 얻어가도록 그렇게 이끄는 스타일을 여기에서도 지키고 있다. 열한 계단에서 보여준 차곡차곡 쌓여가는 방식처럼 독자를 이끄는 작가의 스타일을 소설 형식으로 시도하였고 보여 주려는 것이라고 생각도 되었다.



소마, 라는 이름의 꼬마는 아직도 어린 아이이고 부모에게 의존하며 마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배워야 하는 철부지이다. 어느 날 아버지가 쏘아 올린 화살 하나를 찾아 오라는 말을 듣고 무작정, 정처도 없이, 단지 그 화살 한 개를 찾아 길을 떠난다. 두려웠고 무서웠지만 아버지의 말씀은 단호하였다. 화살 찾아 떠난 길에 비를 만났고 그를 따라 온 작고 지친 들개를 들처 업었다. 어두워진 길과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동굴 속에서 목소리 하나를 만났다.


분위기가 단군 시절 사람들의 모여 살던 마을에 제사장, 마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던 그런 모습을 연상시킨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람만의 삶, 다섯 신들을 섬기며, 마을에 있는 저수지가 해코지를 하면 제사를 지내며 나쁜 일이 생기지 않길 비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가운데에 작고 연약한 소년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길을 떠난 이야기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순박하고 착한 겉 껍질을 달고 있는 사람이 아닌 전혀 문명화 되지 않은, 그러면서도 인간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 어떤 때에는 인도의 아주 작은 마을을 연상 시키기도 하고 우리나라 식으로 생각해 본다면 초기 삼국 시대의 모습이 연상된다고나 할까... 부족들이 있었고 제사장과 그 무리들을 중심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그런 사람들의 집단이 불타고 짓밟혔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제도 같이 웃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것들에게서 짓밟혔고 마을은 불탔다. 말을 잃어 버린 소년, 여기에서 이야기는 출발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이야기가 우여곡절을 겪고 소년은 조금씩 자라났다. 누구였는지도 모르는 손길에 의해 구조가 되고 다시 그 집안은 가문들끼리 겨루는, 아데사와 펠로 가문, 무슨 영화의 한 편을 보는 것 마냥 이야기는 급진전한다. 양 어머니 역할을 했던 아데사 가문의 한나, 그리고 가문의 양아들, 헤렌의 심술, 새로 받은 이름 사무엘로 살아가다 왕립 기사단으로 보내어지고 다시 만나게 된 사람들의 모임은 주로 펠로 가문 사람들이었다. 네이케스, 그리고 징집, 전쟁터로 나아가게 하는 전개는 삶이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흘러가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주인공 소마의 청년시절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책에 몰입하게 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게 했다. 기독교를 철저히 따르는 사람들의 모습과 반대파인 이교도를 향한 말살 정책, 이것이 바로 기사단을 양성하는 이유요 전쟁을 하는 목적이기도 했다. 작가의 스토리는 독자가 감히 예상하지 못하는 범위로 흘러가게 했으니 이가 바로 아틸라 소마 장군의 탄생이다. 중간의 모든 우여곡절과 사연을 뒤로 하고 불현듯이 나타난 아틸라 소마 장군, 그리고 의회의 레메니오스의 등장.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가 소마 장군의 최절정기인 시절이 오게 되고, 그 모든 과정과 역경을 거쳐, 역경이나 고초, 고난이라는 단어로는 뭔가 충분하지 못한 그런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로 인한 묘사로 내 영혼이 많이 긁혔다는 느낌도 받았다. 아무리 떨쳐 내려고 해도 작가가 쓴 그 표현법이 머리에서 쉬이 사라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잔인함이었다.


모든 과정을 겪고 노년기에 접어든 소마의 모습은 평범하진 않았지만 과거 속에 저질러 놓은 잘못된 행동과 바로잡지 않고 시간을 보내어 버린 결과물로 호된 되갚음을 당한다. 그가 찾고자 했던 인생의 참모습과 인간으로서의 삶은 어떠했는가,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닌, 나같은 경우에는 이 책을 다 읽어 덮고서도 며칠을 생각해 봤다. 물론 그 일생을 통한 잔인함이, 죽고 삶의 모습이 너무나 처절하고 고통스러워서 그 감정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도 전환기와 성숙기는 분명 존재하고, 그렇기에 생각을 거듭하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작가가 찾아가고자 했던 그 방향대로 제대로 독서를 하였다면 더욱 바랄 것도 없겠다. 삶이란 참, 고통이기도 하구나, 그 고통을 참아내고 이겨내고자 하는 그 과정이 시대별로 다르다 하여도 기본 강도와 목적은 변함이 없겠다, 는 생각도 해 봤다. "고통을 느끼는 이가 몸 속에 있는가, 아직도"....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있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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