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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평점 :
철학은 두 말 할 것 없이 어렵다. 인생이 무엇인가, 답을 찾아 헤매는 것이 쉬울 리가. 그러나, 기시미 이치로의 강연 속 철학은 단순함에서 접근하기 시작한다. 어떤 문제를 눈 앞에 두었을 때 아무리 관습, 상식에 매여있다 할 지라도, 그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선인지 악인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생각"을 해 보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 한다. 철학이 바로 일상 생활 속에 존재하고 자리하고 있음을 말한다. 자신의 지나간 삶 속에서 겪었던,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 심근경색을 앓아 병원 생활을 했던 저자, 그러면서 해 보지 못했던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을 예로 들면서 철학이라는 학문은 대학에서 일굴 수 있는 학문으로만 존재하지 않음을 말한다. 오늘 하루, 지금, 당장, 여기에서의 생활, 아침에 눈을 뜨면 그것이 감사이고 행복이고 성공임을 말한다.
아들러 심리학의 영향을 입은 저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미움 받을 용기> 와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을 통해서 였다. 어려운 전문 용어 하나 없이 철학이 무엇인지, 어떻게 철학을 배우고 실행하는지를 쉬운 말로 풀어서 독자에게 소개하는 방식을 이 책에서도 취하고 있다.
"행복해 지는 법", "우리는 모두 타인의 타인이다.", 등 여섯 대목으로 나누어 강연 내용을 설명하며, 질문받은 내용을 끝에 실어 답을 해 주고 있다. 이 중에서 나의 관심은 "나이 듦과 질병을 통해 배우는 것", "죽음은 끝이 아니다" 두 부분에 더욱 쏠렸었고, 초점을 두고 읽었다. 독자들의 상황에 따라, 마음가짐에 따라 독서의 목적과 관심은 다를 것인데 철학 분야를 읽고 싶을 때에는 그만큼 영혼이 원하는 해답을 찾아 다니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어가고 현재에 대한 의문과 답을 찾아 다닐 때에는 역시 성공과 행복의 상관관계에 초점을 두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당한 위로가 되어준 책이다. 젊으나 늙으나 미래를 향하여 달리는 사회 속에서 저자는 시간의 구분을 두지 않았다. 과거, 현재, 미래라고 구분 짓지 않고 오로지 현 시점만을 말하고 있을 때에, 그동안 왜 그렇게 생각해 보지 못했을까, 상당히 신선함도 느꼈다. 과거 시간에 대한 후회와 돌이킬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 시간에 대한 불안과 초조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크든 적든 어쩔 수 없이 지니고 가게 마련인 것을, 시간의 구획을 아예 갖지 않는다는 생각, 이 또한 훌륭한 철학적인 결과물이 아닐 수가 없다. 소위, 초월 이라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진정한 목표, 인생의 성공, 살아가는 이유를 여기에서 출발한다면, 그 흔한, 그 모든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향해 올라가고 달려가는 그 무리들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이 바로 철학의 힘, 아닐까 한다.
전체적으로 강연은 어렵지 않은 느낌이었지만 깊은 의미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들러가 말했다 하네.
"일반적으로 주어진 '인생의 의미'라는 것은 없다. '인생의 의미'는 당신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어디에선가 주어지고 나타날까 싶어서 기다리거나, 살아가는 의미를 찾아 헤매지 말고 스스로 자신이 그 의미를 만들어 가라는 말로 들었다. 행복을 행운과 불운에 의한 결과물로써 받아 들이지 말라는 말도 아주 뜻 깊었다. 이런 훈련을 아주 적절하게 해 나간다면 인생의 의미와 행복 같은 보이지 않던 것들의 답도 서서히 뚜렷해 지리라 기대도 되어진다.
언제던가 라디오 아침 방송 멘트가 떠오른다 이 시점에서. 평생 수련을 찾아 다니며 수련 그림을 많이 그렸던 화가 모네가 수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 집에서 문득, 자기집 연못 속 수련을 발견하고 감탄했더라는. 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에서 언급하고 있는, 행복, 성공, 삶, 죽음, 이런 것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서 비롯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게 해 줄 지도 모르겠다. 다른 독자들에게도 좋은 깨달음과 사색의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어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