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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평점 :
어느 날 갑자기 자신 아닌 자신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의 느낌은 어떨까?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살아왔는데 거울 속의 나는 진짜 나 일까, 라는 의문은 가져 본 적 없이 얼굴을 매만지고 살아 왔던 일상들 속에서 무수히 보아오던 그 얼굴이 또 하나, 아니 둘 더 있다, 라고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곧 상용되어질 지도 모를 로봇들 속에서 일을 하고 차를 마시는 삶이라지만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여기에도 보이고 저기에도 보인다면 그 삶은 엉망진창, 혼란의 도가니일 것이 분명할 것이라는 그 생각을 전제로 작가는 글을 써 나간다. 사실, 글의 첫 머리에서부터 이런 저런 혼란스러움과 이야기 거리들을 예측할 순 없었다. 가족과 닮지 않은 자녀 얘기는 왜 저자가 이런 이야기를 꺼낼까, 라는 의문만 계속 생겨나게 했었으니까. 게다가 제목, 분신은 어렸을 적 보았던 손오공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손오공이 한참 적과 싸우다가 힘에 부칠 때에 머리카락 하나 뽑아서 입김을 훅 불면 똑같은 손오공이 무수히 쏟아져 나와서 오리지널 손오공이 힘 빠져 있을 때에 큰 힘이 되어 주었지만 역시 원본만은 못했었다. 제대로 힘도 못 써 보고 적에게 픽픽 쓰러지는 것을 보면 원본 만한 분신이 어디 있겠나는 생각도 했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도 했다.
여기에 한 가족, 생물학계 발생학 연구를 하는 대학 교수인 아버지와 한 어머니 사이에 마리코 라는 딸이 산다. 그러나 이 딸은 자라면서 엄마도 아빠도 닮지 않은 외모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빠는 없이 엄마와 단 둘이 사는 다른 한 가정에 살고 있는 그 딸은 후타바이다. 막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두 여자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독자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바로 이런 점이 작가의 이야기에 폭 빠지게 하는 매력이겠다. 등장인물도 상당히 흥미롭고 이야기의 전개도 일상적인 듯 하다가 느닷없는 의문점을 던지면서 살짝 긴장감도 더 한다. 이런 점이 독자에게 이야기를 읽어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점도 있는 것 같다. 두 가정에 얽힌 여자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과학이 한 몫 거드는 요즘 시대의 이슈, 아니 몇 년도 더 지난 이야기 속에 논란이 일었던, 창조주 처럼 사람을 만들어 내는 실험이 실제 일어난 장면이라면 이 작가의 이 작품 이야기가 실제에 가깝지 않을까도 싶다. 영화나 드라마 화 한다면 정신없이 몰입할 수 있는 흥미거리가 가득할 듯 하다는 생각도 갖게 한다. 동시에, 해 낼 가능성도 있고 할 수도 있다 하여 현실화 해 버리게 되면 그 후속타는 어찌 될 지, 도덕적인 차원에서도 생각 좀 해 보게 하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