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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느끼다 그리다 - 건축가 임진우의 감성에세이
임진우 지음 / 맥스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건축가 임진우의 감성 에세이', 그대로다. 수채화 같은 그림이 곁들여 있고 그가 스케치한 그림에서 독자는 편안한 휴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책. 국내 곳곳의 스케치, <길을 걷다> 편, 해외 여행지에서의 <여행을 느끼다>와 생활 속 생각과 정리의, <하루를 그리다>가 모여서 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일거수일투족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던 때가 내게도 한 때 있었다. 모든 장면들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가게만 두고 싶지 않아서 카메라를 들이대던 그 때도 있었다. 귀로 들리던 셔터 음이 마냥 좋아서 그 순간을 영원히 머무르게 하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러 대던 때도 있었다. 남는 것은 역시 사진이고 그림이다는 생각도 곁들이면서.
건축가인 저자의 바쁜 일상을 기록해 놓은, 그가 거닐었던, 한 때 스쳤던 그 장소, 느낌을 함께 따라가 본다.
편안하고 소소한 일상들이 더욱 느긋하고 아름다운 색상으로, 때로는 흑백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걷고, 느끼고, 그리다의 과정 속에는 저자만의 눈과 마음에 담겼을 모습이지만 저자의 눈을 통해 들어왔던 순간은 독자 저마다에게도 다시 전해져 각자의 느낌으로 새롭게 드러난다.
:::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를 거스르듯 창신동은 세월의 지층을 켜켜이 쌓아간다. (29쪽)
어느 도시에서도 남아있을 옛 지형, 옛 모습이 저자에게는 어린시절 향수와 더불어 스케치하는 손길에 머물렀으리라. 서촌 골목길에 놓인 통인시장, 다양한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보인다. 여기에서는 엽전으로 환전하여 먹거리 순례를 하기도 한다니 한편으로는 기발하고 한편으로는 재미도 있다.
책페이지를 넘겨가니 인왕산이 갑자기 눈에 넘치도록 들어온다. 비 내리는 골목길과 눈 내리는 모습이 평화로움을 준다. 그림이어서 느낄 수 있는 그런 맛을 비와 눈을 통해 맛 보는 기회를 가진다.
::: 건축 디자인 이전에 사물의 아름다움을 손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건축가에게는 하나의 특권이자 경쟁력이다. (168쪽)
부러운 말씀이다.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늘 가지고 싶었던 바라던 재주이기도 하다. 그림이나 수채화를 동경만 할 뿐 손가락 끝에서 만들어 내지 못하는 무능함에 그림대신 사진으로 대신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까, :::" 현대 사냥꾼 손에는 사냥총 대신 카메라가 들려있다. " (151쪽)
갑자기 큰 공감의 문장이 나타났다. 늘상 해 오던 생각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에세이 라는 쟝르가 늘 그러해 왔듯이, 눈으로는 호기로운 느낌을, 글로는 공감의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차분하게 즐길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