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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단순한 삶, 생각, 생활방식은 요즘같이 번잡한 일상 속에서 꿈만 꿀 수 밖에 없는 희망사항일 뿐일까?
곰돌이 푸와 동물 친구들이 그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리면서 삶에서 일어나는 질문들에 대해 왜?, 라고 되묻지 않고 대신에, 느리고 천천히 살아가는 행동으로써 대답을 한다.
동양 사상을 이야기 하려고 곰돌이 푸와 동물들을 출현시킨 아이디어가 좋았다. 독자로서는 아주 술술 읽어나가게 해 주는 최대의 양념이나 마찬가지였다. 도가 철학 중에서 '박' 이라는 개념이 영어로 'PU' 라고 한다고, 이것은 바로 다듬지 않은 통나무 라는 뜻이란다. 곰돌이 푸는 느리고 생각도 많이 없어 보이지만 다듬지 않은 통나무를 연상시키는 '박'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고 있다
"물고기는 휘파람을 불 수 없고 나도 그래." (74쪽)
이것은 곧, 저마다의 한계가 있고 제가 있어야 할 자리와 역할을 알아야 할 이유가 된다는 것 까지 연결 시켜 준다. 푸와 피글릿, 티거, 아울, 래빗 등 푸의 친구들 각자에게도 모두 다른 개성이 있다. 사람을 그 사람이게 하고, 사물을 그 사물이게 한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은 동화스러운, 어쩌면 유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라도 동양의 노장사상, 도가 철학을 아주 쉽게 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게다가, 읽어 가노라니 아주 편안해 지는 효과도 느꼈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이야기 전개 속에서 그 어렵다는 사상과 철학을 일상에 접목할 것들만 쏙쏙 눈으로 들어오게 하니까.
"바쁨 고돔", 처음에는 이것이 무슨 말인지조차 연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이 바로 여기가도 바쁘고 저기가도 바쁜, 현대인들 자신의 모습, 자신도 모르며 지나치곤 하던, 바쁘다 바뻐를 외치던 그 현대인들의 모습을 일컫는 말이었다. 나갔다가 들어왔다가, 또 들어왔다가 나갔다가, 시간을 아낀답시고 결국은 시간을 하나도 절약하지 못하는 아니러니한 상황, 그리고 현재를 아주 잘 꼬집으면서 곰돌이 푸의 여유를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한다. 꿀단지를 열기 전까지, 선물을 풀기 전 까지의 과정을 즐기면서 인생 전반을 그렇게 맛보며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곰돌이만도 못한, 바쁘다 바뻐를 외치면서, 그러지 않으면 마치 할 일을 찾지 못해 불안해 하는 것 처럼 그런 어리석은 삶을 나타내 주고 있다.
예쁜 꽃들이 많은 아름다운 카페에서 단 몇시간만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그 질량에는 반비례하면서 오래도록 지속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