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그리고 테오 - 반 고흐 형제 이야기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형제, 자매, 그리고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과 그들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였다. 실제로 이런 형제 사이가 있다면 왠지 안쓰러워서 더 이상 얘기 듣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그만큼  테오편에 서서 빈센트 형을 마구 비난하고 싶어질 때도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내내, 처음부터 거의 막바지 삶에 이를 때 까지도 빈센트,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태양과 정열의 화가, 해바라기를 대단히 좋아했던 그 빈센트 반 고흐에게서 낯섬을 발견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었던가, 그 반 고흐가, 단지 위대한 예술가로서의 반 고흐,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가난과 굶주림으로 오직 그림에만 몰두하다가 외롭게 떠난 화가 였다고 알고 있었던 그 사람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겨 내 버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그와 동생 테오사이에, 그리고 그들 부모와 테오의 아내 요 와 주고 받았던, 그 많은 편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내려간 그들 반 고흐 집안의 이야기 이다.


빈센트와 테오는 목사였던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 슬하에서 신의 가호와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난 빨강머리 주근깨의 남자 아이들이었다. 어렸을 적 그 둘이 풍차를 향해 걸어갔던 운명의 산책길에서, 앞으로 살아갈 인생 행로를 서로간의 우애와 약속으로 굳건히 지켜 가자고 서약을 하게 되고, 글쎄 형제간 그 약속은 어느 가족 구성원에게나 암묵적으로든, 발표를 하든 무관하게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 유독 테오는 형 빈센트를 위한 분신, 빈센트의 버팀목처럼 한 평생을 함께 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37살 빈센트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테오는 자신의 삶을 살았다기 보다는 빈센트의 보조 인생 격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물론 독자들의 생각과 놓여 있는 처지에 따라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 들일지는 모르겠지만 끝도 없이 경제적인 지원을 해야 했었던 테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평범한 사람의 마음으로 본다면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 할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지 인생의 목표를 정하지 못한 형을 위해서 일찍부터 취업을 한 동생이 끝도 없이 지원한다, 이 부분에서 가슴이 답답했다. 청소년기를 거쳐 20대가 끝나도록 동생의 등골만 빼서 살아가던 주제에 뭘 하며 살아야 할 지 알 수도 없는 채로 이걸 할까 저걸 할까, 동생 테오가 힘든 직장 생활을 견뎌 내는데에 비해 그 형은 직장 생활에도 적응을 잘 못하고 결국 그림 공부를 한다. 요즘 말하면 예능계 뒷바라지가 시작된 것이다.  형 때문에 부모님 속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 애썼던 동생 테오를 생각만 하면 불쌍하기도 하고,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은 그 자신의 재능과 열정, 인생이 담겨 있긴 하나 테오가 없었더라면 빈센트 반 고흐라는 화가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싶다.


 그리고 그 사건들, 귀를 잘랐던 그 때와 인생의 끝자락에서  총을 쐈다는 그 일련의 사건들은 집 안의 유전적 요소인 신경질과 분노 조절 장애, 정신병등과 연관지어 그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게 할 만한 것들이기도 했다.

아, 반 고흐 집안에서 이런 일이 있었었구나, 정신적인 불안증세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대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던 거구나, 하는. 어찌 보면 테오의 전인생에 걸친 희생으로 태어난 고흐의 작품들, 그리고 그들 형제의 삶이 빈센트 반 고흐라는 화가의 작품을 다시 한 번 깊이있게 바라 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반 고흐 형제, 이제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홀로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것 같다.  외로웠고 가난했던 빈센트를 떠올리지 않을 것 같다. 그에게도 부모 형제 그를 따뜻하게 감싸줬던 친척들이 있었다는 점도, 그를 만든, 전 인생에 걸쳐 그 형을 만들어 내고 그 자신의 삶이 바로 빈센트이기도 했던 테오를 그 앞에 먼저 떠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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