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100 - 알수록 다시 보는
토마스 불핀치 지음, 최희성 옮김 / 미래타임즈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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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름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알수록 다시 보는" 이라는 말은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가 매우 익숙하다는 전제하에서 나온 것일 것 같다. 너무 많이 들어왔고 또 그만큼 친숙하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새로 알게 되는 이야기가 많음은  대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어떻게 알고 있었던가도 생각해 보게 한다.  모르고 있었던 이야기가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읽어 보는 기분이기도 하여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혹시라도 나처럼, 그동안 흔하게 들어오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 처럼 착각하고 있었던 독자였다면 이 책이 아주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신화 이야기를 차지하고 있는 신들을 태초 때 부터 시작하여 그들의 행적과 이야기들을 일목요연하게, 알기 쉽도록 순서를 배정했다.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서 그 기억이 얼마나 오래도록 지속되느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의 구성은 아주 탁월하다는 생각이다. 기억이 가물거리고 있던 독자들에게 새로이 업데이트 시켜 주는 기회를 충분히 주면서, 한데 섞여있던 이름들과 에피소드들을 자세히 기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형태이다. 제우스면 제우스와 관련되는 모든 신들을 차례대로 엮어 냈고, 복수나 사랑에 관련한 신들, 영웅들, 게다가 처음 들어 보는 이름들의 님프들까지 쳅터들을 따로 구성하여 배치했다.  신들의 이름이 쉽지 않아서인지 잘 잊어 버리기도 하는데 특히나 별로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정령들 같은 경우에는 사실 잘 모르던 쪽에 속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 기회에 정리와 함께 새로이 등장한 사소한 부분들의 신 까지도 섭렵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글로써만 읽지 않는 신화 이야기 이다. 매 페이지 마다 모든 신들의 모습과 장면들이 그림과 조각 같은 작품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보이는 신들과 보여지는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한껏 더해 줌은 말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이번 신화를 읽으면서 매우 집중하였던 부분중 하나가 있었는데,  신들의 왕인 제우스가 자리잡기까지의 그 흐름이다. 제우스의 할머니 할아버지 격,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 신 우라노스, 그들의 아이들 중에서 제우스 부모가 나타난다. 이 흐름 속에서 예전에 읽었었던 <수메르, 혹은 신들의 고향> 이라는 책 내용과 연결하여 연상되는 작용도 맛보았다. 지구와 문명의 탄생에 우주인들이 관여하였다는 기록과 증거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거신 티탄족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였다는 제우스가 올림프스 신들의 제왕으로 올라서기까지 의 이야기는 더 이상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야기로만 닿아오지 않았다. 각자 자신들만의 특이한 무기들, 번개와 천둥,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 황금투구 등 이런 것들은 어쩌면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자면 광선총과 폭탄, 투명 인간용 무기 처럼 생각되어 지기도 한다.  우리 신화에서 하늘 신의 아들인 환웅이 웅녀와 혼인했다는 이 부분 에서도 곰이 마늘을 먹고 견뎌서 사람이 된 것으로 생각해 왔었다가 곰을 숭배하는 종족들의 여인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와 같은 맥락의 이야기 같았다.


같은 내용의 책이라 할 지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새로이 닿아오는, 깨닫게 되는, 반짝 떠오르게 하는, 그런 책들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바로 다른 책과의 연상작용이 일어나게 하는 아주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한 점에서 이 책의 우수성이랄까, 기억의 저편으로 흘러 망각으로 넘어가려던 내용들이 이렇게 새롭게 다가서게 하는 작용을 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이 아주 큰 의미로 다가온다.


신들 하나하나 인간과 같은 감정의 표현들은 그들이 동떨어져 있는 신적인 존재라는 느낌보다도 인간과 아주 가깝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여신들과 인간의 여인들까지 탐한 신들, 자식을 이용하여 복수까지 결심한 신들, 그 중에서도 신들을 모욕한 죄로 대대로 친족, 존속 살해를 해야 만 했던 가계, 어찌 보면 우리의 삼국유사 처럼 얼토당토 않은 에피소드들도 넘치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머나먼 신들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만은 아니라는 점, 인간의 그것과 너무나 닮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로서의 삶 이전에는 글쓰는 일과 멀리 떨어져 살아왔던 작가가 뒤늦게, 조금 늦은 인생의 후반기에 1855년 이 책을 발표했다. 좋은 구성과 눈으로 익히게 하는 작품들이 독자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더욱 가깝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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